[ 뉴욕=이학영 특파원 ]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은 19일 워싱턴에서 미국 해외개발협회
(ODC)가 개최한 한 세미나에 참석, 한국내에서 외환위기에 대한 책임규명론
이 많지만 구체적인 책임소재를 찾으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부장관은 한국의 외환위기 책임론에 대한 견해를 묻자 "책임 소재를
규명한다는 것 자체가 항상 어려운 문제지만 외환위기의 경우 인재에 의한
것인지, 환경적 요인 때문인지를 가리기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밤늦게 자동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사고를 냈을 경우 이를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것이냐"고 반문하고 "운전자의 실수도 있고 길이 미끄러웠던
탓도 있다.

에어백이 없고 길에 안전난간이 설치돼있지 않은 것도 대형사고의 원인이
됐다"며 한국의 외환위기는 복합적 요인에 의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서머스 부장관은 외환 위기의 원인으로 <>투자등 의사결정이 시장지향적
이라기보다는 중앙집권적으로 이뤄졌고 <>정부가 주도하는 특정부문에 대한
수출지원 등 자원배분이 왜곡된데다 <>상호모순되게 진행된 통화정책과
환율정책 <>특히 대외채무관리에 실패한 것 등을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국가들이 경이적인 경제성공을 거둔 것은 대체로 일본을 모델로
따랐던 것이지만 이것이 지속가능한 모델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개혁과제와 관련, 기업들이 회계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고 미국의 기업역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혁신은 회계제도의 통일이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