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 상장사 6백12개사 가운데 27.9%인 1백71개사가 20일 일제히
주총을 열어 피크를 이뤘다.

그러나 기업들이 실적악화를 이유로 배당금을 크게 줄여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어느때보다 거셌다.

특히 배당을 한푼도 지급하지 못한 한일 한화 대림 금호 아남 신호 한라
등 8개그룹 상장사 주총에서는 경영진들이 "집중포화"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한꺼번에 주총을 개최하는 바람에 소액주주들이 분산돼
우려됐던 혼란사태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정관개정도 붐을 이뤘다.

데이콤 메디슨 삼성전기 등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신주 3자배정근거 신설
<>스톡옵션제 신설 <>수권자본금 증액등을 정관에 추가했다.

외국인의 적대적 M&A및 경영권 간섭에 대한 방어책에 적극적이었다.

사외이사도 무더기로 탄생했다.

코오롱이 조해녕 전 내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관심을 모았으며
금강과 신흥 삼환기업 등은 현지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교수들의 인기가
여전함을 보여 줬다.

<>.태영은 적대적 M&A 방어책으로 상근이사의 자격요건을 임직원으로서
3년이상 근무한 자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눈길을 끌었다.

대림산업은 대주주인 이준명 대림그룹 명예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출해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처제를 다시 복귀해 주목을 받았다.

기업구조조정을 대주주가 직접 챙기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따랐다.

코오롱도 이웅렬 그룹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으며 코오롱건설
코오롱유화 코오롱상사 등 3개 계열사에도 이 회장이 이사로 등재해 책임
경영 체제를 마련했다.

<장진모 기자>

<>.연합철강 주총이 13년째 되풀이 돼온 증자문제를 놓고 1대주주인
동국제강측과 2대 주주인 창립자 권철현씨측이 격돌, 몸싸움과 함께 새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까지 실시하는 등 큰 소동을 빚었다.

연철은 이날 서울 중구 다동 동아생명 빌딩에서 98년 정기주총을 소집,
현재 95억원인 수권자본금을 5백억원으로 늘리기 위해 정관개정안을 상정
했으나 예상대로 2대주주인 권철현씨의 강력한 반대로 부결됐다.

설비 현대화를 위한 증자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동국제강측과, 증자 선행
조건으로 경영권 참여를 내세운 권씨측이 맞서 2시간여 걸친 격론끝에 표결
까지 갔으나 3분의 2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특히 이날 주총에서는 의장인 이철우 연철 사장이 권씨측의 발언에 반발,
새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까지 실시하는 등 해프닝을 빚었다.

권씨측은 "연철 경영진이 대주주인 자신들을 경영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형사고발및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거론했다.

이에대해 이사장은 "전통 연철맨으로서 이같은 모욕적인 발언에는 참을 수
없다"며 새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통해 이사및 감사 선임안을 승인
받아야 했다.

<>.코오롱 상사의 제44기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중구 무교동 코오롱빌딩
강당에는 예년보다 2배 가까이 많은 3백50여명이 몰려 주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

수용인원 2백명의 강당에는 오전 9시도 되기전에 자리가 꽉 차는 바람에
뒤늦게 온 주주들은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채 복도에서 서성이기도.

그러나 이날 주총은 별 충돌없이 원안대로 순조롭게 마감.

코오롱 관계자는 "이렇게 많이 올줄 미처 생각지 못해 일부 참석자들이
주총회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IMF한파로 상사들의 영업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소수주주들의 권리의식도 높아져 주총에 직접 참여
하려는 주주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분석.

<윤성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