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를 맞아 병원들이 물자절약을 위해 환자에게 사용하는 진료용
기기를 소독해 재사용하는 바람에 감염이 우려되는 등 진료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원화가치의 폭락으로 유류가격이 거의 두배나 치솟았다.
이로 인해 대부분 석유화학제품으로서 수입의존도가 70%이상인 진료용
재료가 품귀현상을 빚고 값도 두배이상 올라 병원들에 비상이 걸렸다.
병원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환자진료에 필수적인 이러한 진료재료의
비축분은 1~3개월밖에 안되고 시중에는 물건이 바닥나 환자진료에 큰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병원들은 우선 이들 진료재료중에서 환자에게 피해를 안주며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엄선, 철저히 소독한 후 재활용하기로 하는 한편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물품은 다른 가능한 물품으로 대체 사용하도록 했다.
사실 거즈나 고무장갑은 1회용이 아닌데도 그동안 관행적으로 한번 쓰고는
버렸던 것이다.
6.25전쟁때는 수술후 봉합하는 실이 없어서 가정에서 쓰는 실로 상처를
꿰맨 일도 있었다.
70년대초까지만 해도 고무장갑을 비롯한 많은 종류의 병원용품들은
세척하고 소독한 후 다시 쓰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도 환자들은 별 탈없이 잘 회복되었다.
얼마전 정부는 이러한 진료재료의 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재료비용을
환율과 연동시키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환자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정부가 긴급처방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도 모순이 있다.
진료용재료에 대한 비용은 의료수가에 포함돼 있으므로 환율연동제로
한다면 의료수가도 당연히 환율연동제가 되어야 할 것인데 의료수가는
그대로 묶어 놓았으니 그 손해는 고스란히 병원의 몫이 된 것이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대부분의 국민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현재, 병원도
그 고통에 동참해 구조조정과 경비 절감에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병원용품의 재활용은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