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이 급락하고 있는데 반해 농지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토지나 임야를 주로 취급하는 부동산중개업소에는 농지값을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고, 어느 지역에 얼마짜리 농지를 구해달라고 구체적 매수
주문을 내는 수요자들도 적지 않다.

수요가 늘어 나는데 따라 당연히 가격도 오르고 있다.

농림부가 지난 1월말 전국 84개 시 군의 1천6백80개 표본필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농지값은 지난해말에 비해 0.5~5.6%, 지난해 1월에
비해 6.4~19.9%가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값이 떨어진 곳은 경북 영천, 충북 충주 등 극소수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지역에서 값이 올랐다.

경남 창녕 충남 부여 등의 일부지역에선 농지값이 2백%에 이르는 높은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실거래값이 아니고 파는 사람이 내놓는 호가를 기준으로 할때 상승폭은
더 커진다.

경기도 이천 여주 양평 평택 파주 강화 등 수도권일대에선 지난해말에
비해 호가가 20~30% 정도 올랐다고 현지 부동산중개인들은 전한다.

수도권이외의 지역에서도 대부분 20% 안팎의 호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가격추가상승 기대심리로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거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시세보다 몇천만원씩 싸게 나온 급매아파트가 중개업소마다 쌓여 있는
것과는 정반대되는 현상이다.

농지값이 움직이는데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다.

IMF 영향으로 귀농인구가 크게 늘고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여기엔 당장 귀농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불안한 미래"에 대비, 농촌에
땅을 한자락 마련해두려는 예비귀농인구가 포함돼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폭 축소한 것도 농지값 상승의
원인이다.

택지개발예정지구주변등 일부 투기우려지역을 제외하고는 당국의
허가없이도 농지를 사고 팔수 있게 됐으니까 농지수요가 늘면서 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어떻든 농지값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귀농인구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농지가 다른 부동산에 비해 싸다는 것도 농지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농업진흥지역의 경우 평당가격이 대부분
3만~5만원 수준이다.

서울 및 수도권지역의 32평형아파트 한채값이면 4~5천평 정도의 농지를
살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요즘 농지값과 아파트값의 이같은 차이가 빠른 속도로 좁혀져
가고 있다.

< 이정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