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모를 방화, 어이없는 교통사고 등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운 사고가
잇따르면서 보험사가 골머리로 앓고 있다.

그 덕분에 보험사고를 뒷조사하는 부서나 조사전문 손해사정법인들은 바삐
움직이는 등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고 한다.

성실한 보험료 관리만을 강조, 뒷조사를 강화하자니 보험에 대한 이미지
실추가 우려되고 무작정 보험금을 내주자니 경영수지에 빨간불이 커질게
뻔해 보험사들은 말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진 셈.

얼마전 부산의 모볼링장 업주가 D화재에 화재보험을 가입한 뒤 3억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종업원과 함께 계획적인 방화를 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 사건은 특히 보험사의 적극적인 조사활동에 힘입어 고의사고임을 입증한
케이스.

또 택시기사가 운전음주 차량만을 골라 고의 사고를 내고 상대운전자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돈을 뜯어내다가 적발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의 보험기록을 조사한 결과 한 병원에서만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타 낸 혐의가 짙다고 판단, 허위진단서 발급여부를 조사
받는 등 그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상황이 다소 다르긴해도 작년 여름 50억원대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가입자
유족과 보험사간 법정대결스토리는 아직 소송계류중에 있긴 해도 보험업계
에선 아직도 최대 관심사중 하나.

사건은 수협에서 근무하던 이모씨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일어났다.

사고직후 밝혀진 그의 보험가입현황은 모든이를 놀라게 했다.

무려 53건의 생명 손해보험을 들고 매달 5백17만여원의 보험료를 냈던 것.

그동안 낸 돈만 자그만치 9천여만원이었으며 사망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51억3천여만원에 달했다.

사건이 터지자 보험사들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듯 사고조사에 들어갔고
유족들과 마찰이 생긴 것은 불문가지.

어쨌든 코오롱생명 현대해상 등 4개사는 고의자살 의혹(생보) 고액계약
중복가입시 타사에 통지의무 위반(손보)을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에
대해 유족측은 이씨가 일부러 목숨을 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보험전문용어로 이같은 케이스를 모럴 해저드 또는 역선택의 문제라고 한다.

다수의 선량한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겨냥, 고의로 사고를 낼 수 있다는
것.

미국에서도 보험업계 사법기관 감독당국이 공동으로 보험사기문제를 전담
하는 기구(Coalition Against Insurance Fraud)를 별도로 설립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곳곳에서 생활난을 비관, 동반자살등이 잇따르는 등 IMF형 사고가
빈발하자 거액보험금을 겨냥한 보험사기사건이 늘어날까 고심초사하는
보험가의 새 풍속도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