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일밤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여당측의 물리력 때문에 빚어진 "예견된 사고"라고 결론을
내렸다.

정부조직법 전격 공포와 총리서리체제 불가피 발언 등 최근 여권핵심부의
일련의 움직임을 감안할때 이날 국회파행도 여당측의 의도적 "판깨기"에서
비롯됐다는게 한나라당의 인식이다.

총리임명동의안 부결이 확실시되자 여당이 총리서리체제로 가기 위해 정해
놓은 수순대로 국회파행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도 이번 국회파행이 합당이후 구심점없이 흔들리던
당의 결속을 다지는 기폭제가 됐다며 사실상 "판정승"한 것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맹형규 대변인은 회의직후 성명을 통해 "국회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던 표결이 여당의 강압행위에 의해 저지됐다"며 "일부 의원들이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를 하지 않고 백지투표를 했다고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고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또 총리서리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총리서리 임명자체가
위헌이며 따라서 각료제청 등 총리서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무효라고 주장
하고 있다.

또 임시국회는 이날 자동 폐회됐지만 투표행위가 성립됐고 개표행위만 남은
만큼 투표함을 보전해 다음 임시국회에서 개표,그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총리임명동의안이 이같이 계류중인 상황에서 총리서리임명이
이뤄지면 위법 무효라는 지적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김대통령도 야당시절 총리서리체제에 대해
위헌시비를 제기한 적이 있다"며 "위헌소송이나 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
등이 제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