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국면에 들어서는 새 정부 앞에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실업문제이다.

실업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은 상태가 워낙 급격히 악화된데다 종래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문제이기 때문.

전문가들은 지난해까지 40만명대에 머물던 실업자수가 3~4월께 1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내년부터 경제가 회복돼 5%대의 성장률을 기록해도 앞으로 3년동안은
실업자 1백만명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동부는 올해 경제가 1% 성장할 경우 실업자수는 1백9만5천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실업자수는 1백20만명을 넘어설게
분명하다.

실업자 가족을 감안한다면 국민 10명당 1명꼴로 실업때문에 고통받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실업으로 인한 고통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노동부는 도산 폐업이나 해고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전직실업자수가
지난해 30만명에서 올해 60만명선을 넘어서고 종래 4~5개월인 실업기간은
7~8개월로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실업자는 대부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들이다.

이들이 거리로 내몰려 반년이상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동안 파탄지경으로
몰리는 가정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않고는 사회안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범죄 자살 이혼 등이 급증하고 실업자들이 강력히 불만을 표출하는 지경에
이르면 체제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작년말부터 장단기 대책을 내놓고 실업문제 해결에 나섰다.

단기처방은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실업자들을 지원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직업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이들의 취업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실업으로 인한 고통을 덜어주려면 이같은 단기처방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5조원이 넘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재정을 강력히 긴축해야 하는 처지에서 5조원이 넘는 예산을 실업문제
해결에 투입하다보면 다른 부문에서의 사업이 차질을 빚어 실업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요인이 생길 수 있다.

실업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단기처방을 강구하면서 줄어든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일이 새 정부의 숙제인 셈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고통을 덜어준다고 실업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려면 경기를 회복시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정부가 한계기업의 도산을 막고 벤처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새 정부가 수년내에 경기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유럽처럼 고실업률이
고착될 수 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