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난 한나라당 조순 총재와 이회창 명예총재가 얼굴만 붉힌채
헤어졌다.

조총재와 이명예총재는 19일 오전 서울 조선호텔에서 당지도체제 정비문제
등 현안에 대한 입장조율을 위해 조찬회동을 가졌다.

"3.10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구당개편대회가 한창인 가운데 열린 이날
회동은 최대현안으로 떠오른 총재직 경선여부에 대한 두사람의 의중을
확인할수 있는 자리여서 관심을 끌었는데 회동결과는 "동상이몽"으로 정리
됐다.

당이 결속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으나 당권문제에 관한한 현격한
시각차가 있음을 확인한 자리인 셈이다.

조총재는 회동후 기자들과 만나 "이명예총재가 그동안 총재경선이 필요
하다는 기본입장을 밝혀 왔는데 오늘 만남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해 이명예총재가 총재경선을 요구했음을 시인했다.

조총재는 총재임기(2년) 보장 등 "합당약속"을 들며 전당대회에서 재신임을
얻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명예총재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조총재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뭐 그런 것까지...정치가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해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명예총재는 조총재에게 총재경선을 요구하면서도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대해 그의 한 측근은 "이명예총재는 총재는 경선, 부총재는 지명에
의해 선출되는 방식으로 당 지도체제를 정비해 강력한 야당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해 이날 경선요구가 사실상 당권도전을 위한 수순임을
시사했다.

특히 이명예총재는 조총재가 자신과 사전 협의없이 "반이회창" 그룹의
선봉격인 서청원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한데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사람은 그러나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의 총리인준 문제에 대해서는
당차원에서 반대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지금과 같은 총체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문제에 정통하면서
보다 참신하고 추진력있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데 공감했다는 얘기다.

두사람간 합의는 "JP인준"에 대한 당론결정을 위해 20일 소집되는 의원
총회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당내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