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와 미국 일본 EU 등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고정환율제 도입을 강행할 태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IMF 및 서방선진국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구제금융을 중단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대두되면서 인도네시아의 외환위기가 더욱 악화되는 양상
이다.

인도네시아를 방문중인 IMF관계자는 17일 현지 정부당국자들을 면담한 후
"인도네시아 정부가 여전히 고정환율제 도입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자카르타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수하르토 대통령은 캉드쉬 IMF총재와
클린턴 미대통령으로부터 각각 서신과 전화를 통해 고정환율제 도입을
철회하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이를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소시에테 제네랄 크로스비 인도네시아의 고에이 시우 홍 수석
연구원은 지난 2주간 전국적으로 25개 도시에서 물가인상에 항의하는 폭동이
발생한 사실을 언급, "정치적 이유에서 수하르토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물가억제"라고 지적하고 "고정환율제 실시는 비록 단기적 선택이긴 하지만
물가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네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IMF와 미국에 이어 EU와 일본도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하는 등 인도네시아의 고정환율제 도입은 국제적인
비판여론에 몰려있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16일 브뤼셀에서 EU재무장관들과 아시아 경제
위기를 논의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가 고정환율제 도입을
강행할 경우 금융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이에대해 EU 의장국인 영국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도 IMF의 아시아위기
해결방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IMF의 이같은 방침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도네시아를 방문중인 일본 대장성 대표단도 16일 수하르토 대통령과
만난뒤 기자회견을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고정환율제 실시에 앞서 신중히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