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가 프로를 내세워 돈을 벌려다 돈과 자존심을 함께 잃은 소탐대실"

국제소송으로까지 번진 SK증권과 JP모건과의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대한
금융전문가들의 시각은 싸늘하기만 하다.

10배가 넘는 손실이 날 수 있는 위험한 계약을 하면서도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데 대해 그들은 딱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위험의 성격과 종류를 규정하는 "위험공시(Risk Disclosure)"와 이런이런
경우는 부도로 보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부도요건(Event of Default)"
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것은 준비운동없이 얼음물에 뛰어드는 격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은행도 아마추어이긴 마찬가지였다.

보람은행과 주택은행은 "담보보증"이란 관행에 빠져 리스크는 남의 일로
여겼다.

지급보증을 해준 금융기관이 엄청난 손해를 보든말든 담보를 받고 0.5%의
수수료만 챙기면 그만이란 안이한 생각이 화를 불렀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유형의 국제금융분쟁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러시를 이뤘던 지난해의 동남아 투자가 만기일이 닥치면서 유사한 사건이
잇따를 것이란게 쉬쉬하는 금융계의 분위기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실력"이 드러난 국내금융기관의 국제신뢰도가 급속히
추락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렇다면 당국이 앞장서 실상을 파악하고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증권감독원이 밝힌 역외펀드 리스트 어디서도 이번에 문제가 된
다이아몬드펀드나 어드밴스트펀드를 찾을 수가 없다.

기업 당국 할 것없이 이제라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비싼 수업료만 내고 재발방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낙제생이 되는 것은 물론 맹수들의 영원한 먹잇감으로 남게 될 뿐이다.

홍찬선 < 증권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