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대책위가 13일 30대그룹 구조조정계획의 시한내 제출을 재계에
요구하면서 만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미제출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초강경 대응방침을 밝혔다.

비대위가 이같이 입장을 정리한 것은 재계가 지난달 13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삼성 현대 LG SK 등 4대 그룹회장단과의 회동에서 자율적인 구조
조정을 약속한지 한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 11일 30대 기조실장들이 긴급회의를 소집, 회장실 기조실 등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12일에는 30대기업 총수들이
상호지급보증을 신용보증으로 대체해 줄것을 요구한 것이 비대위가 강경
방침으로 선회하게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풀이된다.

비대위 대표인 자민련 김용환 부총재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이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정리해고에 동의하고, 정부도 대폭적인 조직감축을
하고 있는 이때 기업들이 상호지급보증 채무를 신용보증 채무로 전환해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헌재 실무기획단장도 "상호지급보증 채무를 오는 3월말까지 1백% 이하로
줄이도록 한 것은 현정부가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것"이라며 "재계가
구조조정계획은 제출하지 않으면서 이제와서 상호보증채무를 신용보증채무로
전환해 달라는 것은 전혀 고려의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비대위는 그동안 정부가 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하는 모습으로 사태가
발전하고 있는데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법적인 조치들을 취한
만큼, 기업들의 적응여부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었다.

<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