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파산으로 몰고간 기업주가 경영권을 유지하고 법원의 감독을 받지
않으려는 도피처쯤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래서 재경원 주도로 만든 화의법 개정안은 화의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이 법률안은 현재 국회에서 심의중이다.
그러나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정상화는 커녕
오히려 목을 조르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초 이 법의 개정은 파산법원의 설립과 함께 국가장기과제로 추진됐으나
갑자기 일정이 앞당겨졌다.
IMF체제 등 환경변화를 이유로 정기국회로 재조정됐다가 또다시 3월, 2월로
계속 앞당겨진 것.
결국 기업구조조정의 신호등이 돼야할 법이 개정작업 5개월만에 나온
것이다.
그동안 이에 대한 공청회도 단 한차례에 그쳤다.
그나마 공청회에서 나온 제안들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이렇게 초스피드로 진행됐는데도 국회 개회전까지 법제처 심의조차 통과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이상적인 기업재건제도로 평가받는 미국 연방파산법의 "챕터11"은 5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어졌다.
독일과 일본도 똑같은 법에 대해 5개년 장기계획을 잡고 개정작업을 진행중
이다.
이런 문제의 법안은 기업은 물론 실무법원까지 모두 반대하고 있다.
그 만큼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막무가내다.
업계 얘기는 전혀 귀담아 들으려 않고 오히려 재계가 로비를 펼쳐 이를
막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물론 고의로 부도를 내고 화의제도를 악용하려는 악덕기업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화의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
한명의 "도둑"을 잡기 위해 모든 기업을 도둑 취급해서는 안된다는게
법조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이심기 < 사회1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