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해말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에서 부도국가로 전락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국민은 경제파탄으로 야기된 국난을 맞아 망연자실할 따름이었고 묵묵히
땀흘려 일해온 근로자들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좌절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나라가 벼랑끝에 서게 된 원인을 찾아내고 위기를 극복하여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각 경제주체들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토론과 고통분담의
결의를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지난 1월15일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1월20일 각 경제주체가 공정한 고통분담을 통해
국가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1차 노사정 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수 차례의 논의를 거쳐 현재의 위기가 결코 일시적인 외환위기가
아님에 공감하고 국가 전체에 걸친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총체적인 위기라는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노.사.정 대표들은 현재의 국가적 경제위기가 초래된
것이 각 경제주체들이 맡은바 역할과 도리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책임을 통감했습니다.

특히 정부와 기업은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위기 극복에 솔선 수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동안의 논의를 통해 현재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사정간의 국민 협약을 이끌어 내어 각 경제주체들이 공정하면서도 뼈를
깎는 고통분담을 통해 상호 협력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우리 노사정 대표들은 무엇보다도 근로자들에게 가중될 수밖에 없는 대량
실업과 고물가, 체불 임금 등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집중적 논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경제개혁 및 구조조정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시행될 고용조정제도가
불러올지도 모르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종합적인 실업대책을 수립, 실천하고
무분별한 해고 등 부당노동행위를 방지하는데 향후 정책 역점을 두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오늘의 이 노사정 공동선언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강제가 아닌 타협,
지배가 아닌 공존의 이념이 살아 숨쉬는 새로운 역사 창조이며 우리 역사상
최초의 자발적인 국민대통합 선언입니다.

노사정 세 주체의 살을 깎는 살신성인의 결단과 양보 그리고 전례없는
성실한 논의를 통해서 국가위기 극복이라는 공동의 절박한 목표를 위해
고통분담을 통한 대타협에 도달했다는 것을 강조 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노사정 공동선언이 전국민이 일치 단결해 국가 재도약에
동참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노사정 공동선언과 국민대통합의 정신에 따라 노사정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의.협조해 나갈 것을 약속
드리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 그리고 지속적인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