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원 < LG정보통신 사장 >

우리나라에서 CDMA 디지털 이동전화의 첫 상용전파가 발사된지 2년 남짓
지났다.

이는 CDMA종주국이라 일컬을 정도로 정부 연구소 민간기업이 혼연일체가
돼 지난 5~6년간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정부는 당시 정책입안자들의 용단이, 연구소는 피나는 기술혁신과 밤새
불을 밝히던 연구원들의 승부기질이 없었다면 기술한계 돌파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민간기업은 선진통신업체들에 끌려 다닐수 없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시장개척을 위한 생존전략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기업가 정신이
없었다면 이같은 영광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 통신산업의 발전과 함께 국내시장규모도 커져 이동통신단말기는
연 6백만~7백만대 규모의 큰 시장을 형성했으며 통신장비 보급도 크게
늘어나 국내 통신업체들의 급속한 성장을 가져왔다.

이같은 결과는 결국 전국민이 우리가 개발한 CDMA기술의 우수성을
확인해주는 계기가 됐고 이제 통신업체들은 국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세계시장을 공략해 진정한 CDMA 종주국이라는 말을 들을수 있게
해나가겠는가를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됐다.

우선 세계 유수 선진통신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가 최우선과제다.

비록 우리가 CDMA 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부가가치를 높이고
원가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도 부품국산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

현재처럼 단말기등 주요 CDMA 제품의 부품국산화가 30~40%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는 결코 수출경쟁력을 가질수 없다.

부품국산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우수 중소부품업체들을
적극 육성하고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통신업체 부품업체들이 부품국산화를
위한 협조체제를 갖추는등 민간기업들 스스로 협력하지 않으면 수출을
통한 해외시장공략은 물론 우리의 살길도 매우 힘들어질 것이다.

둘째 과제는 우리의 CDMA기술이 이미 상당한 기술영역을 확보하고
있으나 현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GSM 등 TDMA 기술과의 경쟁에서 이길수
있도록 어떻게 지속적인 기술의 개량 및 혁신을 해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자체 기술개발에 힘쓰는 한편 차세대 통신사업을 비롯한 관련 기술확보를
위해서는 세계유수의 선진통신업체들과도 필요에 따라 전략적 제휴
(Alliance) 특허상호교환(Cross-License) 등을 통해 협력하는 사업유연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애써 개발한 CDMA 장비와 단말기의 수출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해외시장공략을 위한 또 하나의 선결과제다.

효과적인 해외시장공략을 위해 무역장벽 등을 예견한 현지 진출(판매 및
생산기지)을 착실히 해나가야 한다.

무조건 해외진출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서두르다보면 자칫 해외판매 및
생산기지의 부실화를 초래하는 과오를 범하는 것을 과거에 우리가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빠른 액션과 착실한 추진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