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을 지난 정초의 분위기는 즐겁고 화려해야 하는데 올해는 암울하고
어수선할 뿐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혼란스러운 일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금 인간복제논쟁으로 시끄럽다.

백악관과 의회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과학의 발달이라고 긍정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논쟁의 불씨는 리처드 시드란 미국의 한 과학자가 3개월 이내에 복제인간을
만들수 있는 인간복제 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장담해 시작되었다.

의회에서는 이를 막기위해 인간복제금지법을 서두르고 있다.

복제인간 논쟁은 여러번 기사화되어 한국에서도 한때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구체적으로 논의되기는 처음이다.

인간복제는 과학의 승리다.

그러나 인간을 복제한다면 복제 자체도 문제지만 후유증이 적지 않다.

복제에서는 우수한 남자와 여자를 모델로 선택할 것이 당연하다.

우수한 남자와 여자가 복제되고,복제된 남자와 여자들 가운데서도 또 다시
우수한 남자와 여자를 가려내 복제한다.

그런 일을 되풀이하면 이론적으로는 육체와 두뇌가 탁월한 남자와 여자가
양산될 것임에 틀림없다.

히틀러가 따로 없다.

인간복제로 인간사회의 전체적인 외모와 지능은 향상될지 모른다.

못생긴 사람, 머리가 좋지 못한 사람, 그밖에 결함을 가진 사람들은 도태
되고 잘 생긴 사람, 머리 좋은 사람, 갖가지 장점을 가진 사람들만으로 온
세상이 채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세상살기가 힘들까.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겨 낼까.

인간은 결함도 있고 약점도 가져야 인간이다.

이 세상에 한결같이 잘난 사람, 완벽한 사람들만 존재한다면 그런 세상은
살기에 고달프고 너무 삭막하다.

복제인간은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교만이다.

종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신에 대한 도전이다.

사람이 사람의 영역을 지키는 세상이 가장 아름답다.

하늘에 닿겠다고 바벨탑을 쌓아올린 고대 바빌론 사람들의 실패담은 참으로
소중한 교훈이 아닌가.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