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주도하는 재벌 개혁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늦어도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마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기업이 자신의 수족부터 잘라내는 자구노력을 단행하는 것을 정리해고
실시등 이른바 노동시장 유연화대책의 사저조건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선자측은 정권 출범전부터 대기업의 반발에 밀릴 경우 모든 개혁프로그램
의 좌초가 불가피하다는 정치적인 판단도 고려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일부 그룹의 방만한 투자및 이에따른 실패가 작금의
총체적인 어려움을 낳게한 주범이라는 인식이 근저에 깔려 있다.

<> 개혁 방향 =당선자의 "대중경제론"에서 설파된대로 현행 대기업집단의
1인 지배구조를 청산하겠다는 것이 새정부측의 최종 목표이다.

그러나 지배대주주를 단기간내 퇴장시킬 법적인근거가 없고 자본주의 경제
논리에도 맞지 않는 만큼 이를 서두를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총수의 개인적인 선호에 의존, 불합리성이 이미 노출되고 있는
의사결정과정을 하루빨리 바로잡는데 집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정부측은 한계기업의 매각등 비수익사업에서의 철수정도로는 글로벌시대
에서 도저히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기업집단별로 경쟁력이 입증된 분야에만 투자를 집중하고 나머지 "계륵"
같은 산업분야는 과감히 동종산업을 영위중인 다른 그룹에 넘길 것을 주문
하고 있는 셈이다.

<> 개혁 방법 =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의장과 임창열 경제부총리는 22일
5개 그룹기조실장들에게 조속한 빅딜의 실시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 실시를 강력히 요구했다.

중복투자의 대명사인 자동차는 물론 반도체 조선 중공업분야에서 그룹간에
주고받기를 시도한다면 이를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재경원은 금명간 5대 그룹으로부터 이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건의받은뒤
자체 안을 토대로 빠르면 다음주초 조세금융상의 지원대책을 발표할 예정
이다.

자기살 도려내기에 적극적인 대기업에게는 공정거래법상 독점규제및 출자
총액 제한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 재무구조개선목적의 대주주
출자에 대해서도 각종 양도세면제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반면 소극적인 대기업에 대해서는 여론의 비난이 집중되도록 유도한뒤 끝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엄정한 세법 시행 등을 통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채찍과 당근을 총동원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지배
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개혁 수단은 <>집단소송제 도입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 <>기업
대주주의 상법상 책임 부여 <>적대적 M&A허용 <>채권자의 경영견제역할
강화 <>공익법인을 통한 우회적인 지배권 강화 방지등으로 망라될 전망이다.

그러나 새정부측의 이같은 개혁드라이브는 그 필요성과 명분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개혁안을 수일 또는 수주일만에 제출할
것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적잖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시장자율''에 역행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시행과정에서 세심한 주의와 보안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외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