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으로 가는가".

22일 자카르타 외환시장에서 루피아화가 하루만에 달러당 약 5천루피아
(40%)의 기록적인 낙폭까지 보이며 붕괴되자 이같은 우려가 다시 증폭되고
있다.

루피아화는 이번주초 수하르토 대통령이 집권당의 차기대선후보지명을
수락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절반수준으로 평가절하됐다.

주식시장은 하루하루 국내외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출렁거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외환시장은 압도적인 매도세로 인해 "시장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위기배경 =이날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공황상태를 보인 것은 한 정부
인사의 발언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하르토 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차기부통령으로 나설 것이 유력시
되는 하비비에 과학기술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프로젝트연기요구는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불을 지폈다.

전날 발표된 경제개혁안에 기업채무의 탕감방안이 없다는 사실도 투자가
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이날 "공황"에 가까운 시장동향이 나타난 것은 최근 하락세의
연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최근 반응은 한마디로 금융시장을 외부요인(IMF와의 불화)보다 내부요인
(수하르토에 대한 불신)이 지배하게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전날 인도네시아정부는 IMF의 강력한 요구를 받아들여 수하르토
대통령의 막내아들이 회장을 맡고 있는 티모르(국민차생산회사)에 대한
세제혜택을 폐지한다는 대통령령을 공포했다.

그러나 IMF의 요구를 수용해도 시장이 돌아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대응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날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가 보낸
특사 고무라 마사히코를 만났다.

외환시장의 동요가 진정되지 않자 수하르토는 일본이 사태해결에 적극적
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관련 일본 외무성은 인도네시아의 경제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5백억엔
의 장기저리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루피아가치의 급락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달러자금을
긴급 방출, 후장들어 하락세를 진정시키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IMF는 일단 이날의 시장동향을 주시하면서도 인도네시아정부에
여전히 기업채무를 탕감하기 위해 예산을 배정하는 조치를 취해서는
안된다는 정책권고를 했으며 인도네시아정부는 이를 수긍하고 있다.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이미 인도네시아 정책당국의 입장에서
모라토리엄은 유력한 선택안의 하나가 됐으며 어느정도 불가피하기도 하다"
는 극단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통화가치에 따라 대외부채가 세계최대규모로 팽창돼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IMF는 일단 추가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시장은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위기는 수하르토의 일거수 일투족에 의해 앞으로도
모라토리엄을 염두에 둬야 하는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박재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