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정상화를 위해서는 뭐든지 하겠다. 개인재산을 내놓으라면 내놓을
것이고 협조융자를 주는 조건으로 퇴진하라면 물러나겠다"

안병균 나산그룹 회장은 14일 외환은행 박준환전무와의 1시간여에 걸친
협조융자 최종담판이 결렬된후 오후6시께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상황을
만든 것은 일차적으로 나의 책임"이라며 "임직원과 협력업체및 금융기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심혈을 기울겠다"는 말을 누누이 반복했다.

안회장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업종을 찾아 소규모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심회를 밝히기도 했다.

-화의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나.

"가능하다면 화의보다는 협조융자를 원했다.

그래야 종업원과 협력업체의 고통이 줄어든다.

부도처리됐다가 다시 정상화된 기업도 있다.

화의신청 뒤에도 채권단이 협조융자를 해주면 화의를 철회할 생각이다"

-화의조건은.

"연 13~연 14%의 금리를 물 수 있다.

내가 사업을 잘못해 이런 결과가 왔다.

맨손 쥐고 다시 시작해도 아무렇지도 않다"

-법정관리는 검토하지 않았나.

"법정관리는 금융기관의 피해가 크다.

이는 나의 경영철학과 맞지 않다"

-그동안 회생의 기회가 있었을 텐데.

"그동안 자구노력을 철저히 이행하지 않은 나에게 문제가 있다.

자구노력을 열심히 했더라면 이런 사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부도의 직접적인 원인은.

"페레그린증권사 파산의 영향이 컸다.

스와프거래를 통해 약3백~4백억원의 이익을 보기로 돼있었는데 물거품이
됐다.

또 국내의 동방페레그린증권과도 금융거래를 했는데 작년 12월에 60여억원
을 회수당한데 이어 이번에도 60억가량을 상환해야 했다"

-입지전적인 인물로서 소회도 남다를텐데.

"기업가는 이같은(화의나 부도 등의) 환경을 만들면 안된다.

아무리 IMF시대라고 해도 기업은 건실하게 경영해야 하고 상품은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 예상못한게 잘못이다.

결국 모든게 기업가의 책임이다.

소비자들에게도 미안하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