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14일 새해들어 처음으로
당무회의에 참석, 그간 금융외교의 성과 및 전망, 재계총수들과의 회동내용
등을 설명하고 집권당으로서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 지침을 내리는 등 대선
후 소외된듯했던 당에 "애정"을 보여주는 한편 분발도 당부했다.

이날 당무위원들의 기립박수속에 당사 6층 회의장에 들어선 김당선자는
인사말을 통해 "대선중 여러분과 당원들의 노력에 감사한다"며 먼저 사의를
표했다.

김당선자는 이어 전날 4대 재벌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 내용, 노.사.정
협의기구발족의 의미, 정리해고 도입의 불가피성, 외환.금융위기, 집권
여당의 자세 등 순으로 말을 풀어나갔다.

김당선자는 대기업총수들과의 회동에 언급, "매우 충격적인 것은 기업
총수들이 자기 재산을 내놓고, 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선까지 합의한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당선자는 "어제 회동이 끝나고 나갈 때는 모두 홀가분한 표정으로 힘을
합치자는 모습이었다"며 "오늘 아침 외신이 "기업인들이 놀라운 양보를 했다.
큰 성과를 거뒀다"고 보도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당선자는 "남은 것은 노동계 문제였는데 오늘 새벽 양 노총이 그동안
완강하게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대화조차 거부하던 태도를 누그러뜨렸고
노.사.정 3자가 대화단계로 진입한 것은 대단히 평가할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김당선자는 노동계의 입장 선회배경에 대해 우선 "차기정부는 노동자를
차별해온 과거정부와는 달리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정부인데 이런
정부가 하려는 일을 가로막고 괴롭히는 것이 옳은가 하는 노동계내의 시각이
자세 변화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다음으로는 "정리해고가 실제 노동자를 위해 필요하다는 측면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당선자는 "국내 부실기업을 인수할 자본은 결국 외국자본밖에 없는데
정리해고를 하지 않으면 이들이 안들어오고 그럴경우 10~20%의 정리해고로
막을 수 있는 것을 1백% 해고로 갈 공산이 크다는 점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동계가 노.사.정 협의기구에 참여키로 합의한데는 대기업의 자세
변화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당선자는 "새정부는 노사관계에서 양측을 똑같이 존중하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법을 엄정 집행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당선자는 또 "이달안에 기업개혁, 정부의 실업대책, 정리해고 등 전체
적인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상황"에 대해 김당선자는 "지금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당선자는 "위기상황의 연장선장에 있다"는 점으로 우선 미국내의
분위기를 들었다.

그는 "이달말 열리는 미국 의회에서 공화당의원들이 한국지원에 거부감을
표시할 것이며 이들은 방만한 경영으로 경제를 망친 한국을 미국인들의
세금을 가지고 돕는데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자동차 조선업계에서는 "미국시장을 괴롭힌 한국을 도와줘 다시
미국산업을 공격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로비를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김당선자는 악성 단기외채가 연장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불안
요소로 들었다.

김당선자는 "우리의 단기외채 중에는 심지어 며칠짜리를 포함, 한달 석달
짜리도 있다"며 "외국 금융기관들이 연장을 안해주고 딜(deal)을 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금융기관이 연장을 해 주지 않으면 우리의 부도위험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국민들은 모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심각하고, 그래서
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당선자는 또 "은행장들로부터 신용장 개설에 협력하고 있는지를 보고받고
있어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있으나 아직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