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4대 대기업 회장들이 13일 조찬회동에서 합의한
사항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구조조정시 지배주주는 자기재산 제공에
의한 증자 또는 대출에 대한 보증 등 자구노력을 경주한다"는 부분이었다.

한때 "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 회장들이 재산을 헌납하는 방안을 검토중"
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돌았고 "회장들이 사유재산을 부정축재했기
때문에 환수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있었으나 이같은 주장이 현실화
될지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조차 회의적이었다.

자민련 박태준총재도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때 "오히려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따라서 이같은 안이 합의문에 전격적으로 채택된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합의문은 비상경제대책위가 12일 김 당선자에게 보고한 대기업
구조조정 방안의 "기본 방향"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이와관련, 비대위의 한 의원은 "비대위가 대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
할때 초안에는 빠져 있었다"며 "뒤에 노사정협의체 구성이 진통을 겪고
정리해고제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논의가 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노동계에 대한 정리해고에 대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기존에
논의된 안으로는 설득력이 약했다"며 노동계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
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안이 채택하기까지 김당선자측은 상당히 고심을 했다는
후문이다.

결합재무제표의 조기도입과 상호지급보증의 반 강제적 해소 등 정부 대기업
정책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기업총수들에게 이같은 안을 권유했을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당선자는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업총수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기업이 망해도 기업인은 산다"는 한국의 특수상황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을
타파하기 위해서도 이같은 방안은 필수적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김당선자는 이날 "기업의 태도가 노동자를 설득하는데 관건이다.
혜택도 받고 책임도 큰 여러분들이 이제부터 나라와 경제를 살리는데 노력
하고 희생해 주기 바란다"며 이같은 방침을 전했고 총수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차분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대해 박태준 총재는 회담후 "오늘은 대한민국의 대기업이 거듭나는
날이고 상당히 뜻깊은 날이다"고 평가했다.

<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