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에 직면했다는 국제금융가의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긴급하게 전화를 걸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정부가 "긴급대책반"을 급파하는 등 선진국의
대응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9일 IMF 구제금융조건을 전면 수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무르디오노 국무장관은 수하르토 대통령이 이날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가진 통화에서 IMF 경제개혁안의 이행을 다짐하면서 "인도네시아는 이
계획의 이행에 매우 진지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수하르토 대통령과 만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개혁
프로그램을 계속 이행해 나가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날 긴급 소집된 각료회의
에서 "IMF가 지지하고 있는 개혁안의 이행 방안에 관해 검토할 것"을 지시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베리 토이브 백악관대변인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최저 기록을
경신하며 금융위기가 더욱 악화되자 전용기로 이동중이던 클린턴 대통령이
수하르토 대통령과 싱가포르의 고촉통(오작동)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IMF
개혁안에 대한 미국의 지지 입장을 전달하고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개혁안
이행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 금융위기 담당자인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과 국무부 금융전문팀,국가안보위원회 관리들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하기 위해 2~3일내 출국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IMF도 미셸 캉드쉬 총재와 스탠리 피셔 부총재가 인도네시아를 방문,
금융 위기에 관해 긴급 논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셔 부총재는 직접 인도네시아로 향발할 예정이며 캉드쉬 총재는 오는
11일 한국으로 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회담을 가진 뒤 인도네시아로
떠날 예정이다.

한편 무르디오노 장관과 다른 각료들은 수하르토 대통령이 쿠데타를 피해
외국으로 도피하려 한다는 인도네시아 금융.증권 시장의 풍문을 완강히
부인했다.

퇴역 육군장성인 하르토노 정보장관은 "인도네시아 공화국에서 쿠데타는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질서 수호를 다짐한 바 있는 군은 이날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12대의
러시아제 수호이 전투기 매입을 연기하는 등 군비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하고 언론에 대해 폭동과 정치적 불안정에 관한 루머를 퍼뜨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