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탓일까, 올해 TV 성탄특집 프로그램은 화려한 쇼
대신 외국영화 일색이었다.

제작비 절감등을 이유로 한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25일 오전9시에 방송된
MBC 다큐스페셜 "돌산마을의 크리스마스"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베푼
예수의 참사랑을 되새기게 한 진정한 의미의 "성탄특집"이었다.

일명 돌산마을이라 불리는 삼양동(미아5지구) 재개발지역.

철거로 보금자리를 빼앗기게 된 주민들은 2년간의 힘겨운 투쟁 끝에
공공임대 아파트 입주권과 입주전까지 살 임시주거시설을 얻어냈다.

이 프로그램은 재개발로 인해 하루아침에 집을 잃게 된 도시영세민들의
한숨을 ENG카메라에 담아 과장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초점을 맞춘 것은 가난해도 이웃과 정을 나누며 한가족처럼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몇가지 사연을 엮다보니 구성이 다소 산만한 점도
있었으나 철거민들의 아픔과 소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함이
돋보였다.

신장병을 앓던 엄마가 수술로 병원에 입원하자 혼자 남은 근희를
제자식처럼 챙기는 마을사람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모두 힘을 합칠 때 주변만 맴돌았던 슬기아빠까지도
포용하고 임시주거시설에 받아들였다.

가난한 이웃들의 목자를 자청, 돌산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김성훈 목사와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 신부.

국적과 종파는 다르지만 한마음으로 소외된 자들을 보살피는 이들이
모습은 참다운 예수사랑 실천이 무엇인지를 새삼 느끼게 했다.

"현재 집이 없는 도시빈민의 수는 수도권에만 2백여만명, 당장 올겨울
집이 없어 거리로 내몰릴 사람만도 40여만명이다.

이들에게 집은 생명 그 자체다" 나라살림이 어려워질수록 더욱 고통받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손길도 예년같지 않다고 한다.

가난속에서도 더불어 살아가는 돌산마을 주민들을 보면서 나만 살겠다고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이 작은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꼈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