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정책위원회의장이 금융실명제보완및 금융소득종합과세 무기한 유보
등을 연내 입법키로 합의함에 따라 지난 93년 긴급명령형식으로 도입된
금융실명제는 4년여만에 사실상 이름만 남게 됐다.

금융실명제 보완 및 금융소득종합과세 유보는 금융거래의 투명성 차원에서
정책이 후퇴했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크지만 금융시장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보완의 골자는 무기명장기채권발행과 금융소득종합과세유보 금융거래비밀
보호강화 등이다.

<> 무기명장기채권 =금융실명제 대체입법에 무기명 장기채권발행 근거
조항을 두기로 했다.

만기는 5년 이상이고 규모는 3조원이상으로 했다.

그러나 3조원 정도로는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최대 10조원까지
발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시행일이후 6개월 내지 1년동안 한시적으로 판매하며 금리는 실세금리
보다는 낮지만 연 5%이상의 금리를 보장해 자금유인효과가 있도록 할 방침
이다.

채권구입자와 거래자의 이름을 남기지 않도록 함으로써 실명노출 가능성을
없애 장롱속으로 퇴장해있는 현금을 산업자금화한다는 것이다.

조달되는 자금은 앞으로 예상되는 대량 실업에 따른 고용보험관련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금융부실정리등 금융불안해소에도 투입할 계획이다.

이름이 남지 않아 국세청통보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출처조사를
받지 않을수 있다.

그러나 이 채권을 중도에 매각해 부동산구입 등에 썼다가 출처조사대상에
오를 경우에도 출처조사를 면제해 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IMF의 동의여부도 변수다.

<> 금융소득 종합과세 =일단 경제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무기한 유보해
지하경제권을 맴돌거나 퇴장된 자금이 제도금융권으로 흡수되도록 유도
하기로 했다.

이 자금을 제도금융권으로 끌어내자는 계산이다.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가 유보되는 경우 종합과세(최고세율 40%)가
없어져 이자나 배당소득이 아무리 많더라도 15%의 원천징수세율만 물면 된다.

3당은 경제위기가 해소될때까지 라는 꼬리표를 붙여 놓아 빠르면 1년, 길면
3년이후에는 종합과세로 복귀하겠다는 것이지만 유보기간이 길어지면 아예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백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 금융거래비밀보호 =그동안 개인금융거래정보를 누설한 금융기관 직원에
대해서만 처벌해 왔다.

앞으로는 금융기관직원으로부터 정보를 넘겨 받아 공표한 사람까지도 처벌
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금융기관 직원으로부터 정치인과 그 친지들의 금융
거래자료를 넘겨 받아 이를 공표하곤 했다.

이같은 정치자금폭로전의 과정에서 개인들의 금융거래정보가 누설되는데도
자료를 제공한 금융기관직원을 찾아내지 못해 금융실명제의 개인정보보호
장치가 무력해졌다.

자료를 제공받아 활용하거나 공표한 사람까지도 처벌하기로 함으로써
개인정보보호는 상당부분 효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다른사람의 돈을 자신의 이름으로 예금시켜 주는 등의 합의차명도
처벌할지는 거론하지 않았다.

종합과세를 유보하는 마당에서 합의차명을 제재키로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