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2개 시중은행에 대한 "즉각적인 공개 매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우리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정부는 두개 시중은행의 해외 매각이 불러올 단기적인 후유증을 우려,
정부 출자를 통한 "정상화후 3자 매각"을 주장하고 있으나 IMF에 이어
세계은행(IBRD) 역시 두개 시중은행 문제의 즉각적인 정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아자동차등 부실기업의 정리와 관련해서도 이들 국제기구는 정부의
출자보다는 신속한 3자 매각을 요구하고 있어 "공기업화후 3자 매각"을
추진하는 정부와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쪽의 "달라"는 주장에 "주더라도 좀있다 주겠다"는 우리측의 대립인
셈이다.

이에따라 우리 정부는 부실이 많은 은행들에 대해 각각 1조1천8백억원
규모의 정부 보유주식을 출자하기로 지난주중 김영삼대통령으로부터 재가
까지 받았으나 16일 현재까지 집행을 미루고 있다.

이와관련, 금융통화운영 위원회는 다음주중 임시회의를 갖고 은행감독원을
통해 두개 시중은행에 대한 경영개선조치 명령을 발동할 계획이어서 정부의
이들 은행에 대한 처리수순이 주목받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정부의 시중은행에 대한 처리방침에 대해 IMF측은 <>시장
경제원리를 외면했다는 점 <>기존 주주및 채권자, 경영층에 대한 책임을
전혀 묻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당초의 약속대로 두개 은행을 즉각적으로
매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경원은 IMF의 강력한 반발을 감안,최근 서울 제일은행중 한개 은행의
정부지분을 해외에 매각한다고 발표한데 이어 16일에는 2개 은행의 주주
채권자에게도 손실분담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최후의 협상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IMF가 이 협상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은 공식적인 협상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도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창열 경제부총리와 IMF 본부및 미국 재무부를 잇는 핫라인은 거의 매일
가동되고 있다.

여기에 IBRD와의 협상도 치열하다.

IMF 협상과정에 미셸 캉드쉬 총재가 날아와 새로운 강력한 요구조건을
내놓았듯이 이번 IBRD와의 협상에는 스티글리츠 부총재가 집접 날아와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이들은 모두 환대를 받았으나 관계국들이 가시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음도
분명해졌다.

그러다보니 IMF의 자금이 나올때마다 요구조건들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한국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약속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16일부터 전격 시행된 자유변동환율제도 역시 이처럼 파상적으로 전개되는
IMF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재경원이 마지못해 수용한 것이었다.

미국은 IMF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미리부터 "된다 안된다, 한국은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퍼부어 대고 있다.

미해결쟁점들은 많이 남아 있다.

<> 부실은행 처리문제 =IMF의 요구사항은 간단하다.

부실정도가 심한 은행에대해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M&A(인수합병)를 허용
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측의 입장은 "다소 시간을 갖자"는 것이었다.

국내금융계의 충격과 혼란을 최소화하고 갑작스런 매각에 따른 예금자들의
반발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미국은 백악관과 재무부관리들을 총동원, 조기매각을 종용하고 있다.

결국 임부총리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두은행중 한곳은 외국금융기관과
합작형태로 M&A를 허용하겠다고 한걸음 물러났다.

<> 산업은행의 기아자동차 출자 =IMF측은 기아자동차에 대한 국책은행의
출자에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연말까지로 예정된 출자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IMF측은 출자반대의 이유로 구제금융 합의내용중에 "개별 부실기업 구제를
위한 보조금성격의 정부지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조항을 들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경영미스로 부실화된 만큼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처리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구조를 달가워 하지 않는 미국으로서는
기아자동차의 자연스런 퇴출이나 포드사 등으로의 합병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