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일까지만 버텨라"

수출기업들이 사상최악의 연말자금난을 넘기기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은행들이 이달 31일자를 기점으로 산출되는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기위해 수출금융, 일반대출 가릴것없이 더욱 돈줄을 조이면서
기업들이 초비상이다.

물품대금결제 임금지급등 연말 자금성수기가 1주일앞으로 다가오면서
연말 자금난이 공포로 와닿고있다고 기업들은 아우성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대기업일수록 안(일반대출)과 밖(수출금융) 양쪽에서
자금압박이 가중돼 상황이 더욱 긴박하다.

S상사 자금부장은 "해마다 연말과 월말이 겹치는 12월은 연중최대
자금성수인데 금년엔 수출신용장네고 수입신용장개설등 무역뱅킹시스템까지
마비상태여서 업계 전체가 연말을 앞두고 존폐위기를 절감하고있다"고
말하고있다.

H상사 자금담당은 "그동안 기한부(유전스)신용장, DA(인수도)거래에
국한됐던 은행의 네고중단이 연말로 접어들면서 일람불신용장 DP(지급도)
거래로 확대되고 있어 연말자금상황이 사상최악"라고 전했다.

D상사 자금담당도 "거래은행들은 BIS산정시점이 이달 31일자로 돼있어
앞으로 일람불(At Sight)신용장네고 마저 일체 중단할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한다"면서 "연말자금걱정으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연말에 집중되는 대출만기도 기업들의 자금숨통을 옥죄고있다.

C그룹 자금담당부장은 "그룹 전체로 하루 1천억원씩 신탁및 일반대출만기가
돌아오는데 과거엔 자금성수기를 감안, 연장해주는것이 관행이었는데 올해는
어느 은행에도 통하지않는다"고 말했다.

G제지 관계자는 "주거래은행 지점장이 개별기업의 입출금관리를 직접하는
사실상의 은행관리상태인 기업들이 한둘이 아닌 상황"이라고 전했다.

어음할인이 전혀 안되다보니 기업들마다 받을어음을 배서해서 돌리는
방식으로 지급어음을 최소화하고있는데 이 과정에서 거래업체간에 다툼이
빈발하고 있다.

J그룹측은 "연말 봉급도 늦춰야되는 형편이지만 부도소문이 날까봐서
망설이고있다"면서 "양노원 고아원등에 주는 공익성지출, 달력 다이어리
카드등 연말 광고 홍보물을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지출을 줄이고있다"고
말했다.

업계 자금담당들은 "은행채권을 정부에서 매입하는 방식으로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어서 은행들의 BIS강박을 풀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수출환어음담보대출이 시행 10일도 안돼 유명무실하게된 이상
한국은행의 신용장 재매입과 긴급 연말운전자금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이동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