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은 금융위기가 실물의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자는게 초점이다.
이 자리는 통산부장관, 경제4단체장 등이 모두 참여해 은행장들에 대한
무언의 압력을 넣는 것이기도 했다.
그만큼 금융위기의 불길이 실물로 번지는 속도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반증도 된다.
최근 실물경제는 대기업들의 연쇄 부도 위기감이 확산되는 등 폭발
일보직전이라는게 재경원의 판단이다.
이날 임부총리가 행장들에 요구한 점은 한마디로 은행대출을 무조건 종전
수준으로 늘려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은행대출을 우리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기 이전
수준으로 늘려라는 지시요 당부였다.
실제로 은행들은 IMF와 우리정부의 협상이 시작되고 은행들에 대한 퇴출
기준이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비율이라는 점이 확인되며서
기업대출을 무차별적으로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업대출은 위험가중치가 상당히 높아 자기자본을 계산할 때 불리해지기
때문에 "우선 나부터 살고보자"는 심리가 은행들을 지배했고 결국 기업에
대한 대출을 급격히 회수하는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경원은 11월 이후 불과 한달여 만에 은행들이 기업들로부터 회수한
자금은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이것이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
의 경색을 부추기고 기업들에는 부도공포증을 높여 놓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경원은 이를 위해 <>기업대출을 무조건 연장해 줄것 <>상업어음을 할인해
줄것 <>대출 총잔액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환원시킬 것 <>무역환 어음을
적극적으로 매입할 것등을 요구하고 이들 항목에 대해 매일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주어질 것을 임부총리는 분명히
했다.
우선 은행들이 두려워 하는 BIS비율은 정부가 책임을 지고 후순위채권
매입 등을 통해 해결해주고 경영평가 역시 당분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매일 이행실적을 점검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정부가 증자에 불참
하고 경영평가를 실시하는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채찍 부분에 대단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임을 거듭 천명
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은행장들을 긴급 소집한 자체부터가 재경원이 은행들에 대해
갖는 분노가 폭발직전 단계였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최선을 다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터에 은행들이 BIS 비율을
핑계로 자기잇속만 차린다는 분노였던 셈이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들이 종금사 고객들에 대한 예금 담보대출을 거부한데
대해 재경원은 은행장 회의를 소집할 필요를 더욱 느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결국 "대출 환원"이라는 특단의 행정조치를 만들어 냈다.
정부는 은행들의 이행 실적을 점검해 기준을 충족하는 은행이야말로 앞으로
살아날수 있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들의 구조조정을 단순히 자기자본 비율이 아니라 총체적인 경영성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인 만큼 은행들도 이번엔 상당히 협조하게 될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임부총리의 이날 회의가 기업들을 연쇄 도산위기에서 구해낼지 여부는
전적으로 은행들의 협조 여부에 달렸다.
은행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