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청솔종합금융 등 9개 종금사에 대해 전격적으로 업무정지명령을
내리자 해당 종금사들은 물론 은행 타종금사들도 당국의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금융권 전체의 구조조정작업이 시작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와중에 일부 종금사는 대상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영업정지대상이 아닌 종금사에도 예금인출을 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오는 등 종금업계 전체가 홍역을 치렀다.

<>.정부가 9개 부실종금사를 전격적으로 영업정지시키자 한국은행은 깜짝
놀라면서도 자금시장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곧바로 착수.

한은 관계자들 대부분은 이날 출근해서야 종금사 영업정지사실을 알았던듯
관련 자료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

지난 1일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협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협상장에서
종금사영업정지가 당장 필요하다는 건의를 하긴 했지만 정부의 응답이
불투명해 이렇게 전격적으로 단행될지는 몰랐다"며 "이제야 후속대책을
마련하는중"이라고 설명.

그러나 한은집행부와는 달리 은행감독원은 종금사폐쇄사실을 사전에 알았던
듯.

종금사 검사업무를 맡고 있는 검사제5국은 이미 직원들의 업무분장을
끝내고 관련자들을 해당 종금사에 파견.

<>.은행들은 정리대상에서 제외된데 대해 일단 안도의 숨을 몰아쉬면서도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IMF지원협상이 일부 타결됐음에도 불구, 미국 등의 요구가 워낙 거세 금융
기관들이 추가 정리리스트에 오를지 모른다는 얘기가 오후들어 나돌자 은행
관계자들은 바늘방석에 앉은듯한 표정들.

특히 파산 등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일정정도의 유예기간을 거쳐 2~3개은행이
인수합병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퍼지면서 대상으로 지목된 은행들은
벌집을 쑤신 것같은 분위기.

일부관계자들은 "IMF가 국내금융현실을 무시한채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협상에서 질질 끌려다니는 정부 당국자들고 문제"라고 지적
하기도.


<>.국제통화기금(IMF) 협상과정에서 은행들도 폐쇄대상이 포함될 것이란
소문이 외신을 타고 전해지는 가운데 뉴욕주 은행국이 1일(현지시간) 조흥
상업 제일 한일은행 등 뉴욕에서 영업중인 12개 한국계 은행들에 대해 돌연
특별감사에 착수, 비상사태에 돌입.

특히 폐쇄대상으로 구체적으로 거명된 은행들은 결제자금을 구하기는 커녕
일반영업도 정지돼 사실상 개점휴업.

시중은행 뉴욕지점 관계자는 "외신이 과대보도를 하는 바람에 모든 업무가
정지됐다"며 "특히 FRB(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FDIC(연방예금보험공사)
등 현지 감독기관이 대거 검사를 나와 마치 폐쇄직전을 연출시키고 있어
은행처리방침에 조속히 확정돼야 한다"고 주문.

런던지역 관계자도 "IMF협상을 계기로 현지은행들의 한국계 지점에 대한
여신회수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러다간 하루도 견디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

<>.재정경제원으로부터 업무정지명령을 받은 종합금융사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삼삼종금은 2일 오전 본사건물 1층 입구에 "당국의 명령으로
임시 휴업한다"는 대표이사 명의의 공고문을 내걸고 고객을 제외한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

삼삼종금은 공고문에서 "임시 휴업은 하지만 모든 예금의 원금과 이자는
정부에서 지급을 보증하니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하고 "재산관리인이 파견
되면 약 2주일 내에 예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

삼삼종금을 찾은 30대 중반의 한 주부는 예금 인출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아파트 잔금을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발을 동동 굴러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본사를 부산에 두고 알짜배기 영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항도종금은
정부의 조치가 발표되자 곧바로 여수신규모와 부실채권규모를 공개하면서
자구계획을 서둘러 내놓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강한 의지를 피력.

여수신규모가 2조5천억원대인 항도종금은 최근 부산지역 대형업체들의
부도로 6백억원정도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지만 타종금사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라고 주장.

특히 동아상호신용금고 등에 출자한 1백억원을 당장 회수하고 1백50억원
대의 동구 범일동 소재 5층짜리 사옥을 매각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자신.


<>.이번 영업정지대상에 계열종금사가 포함된 쌍용 한솔 신세계 등 대기업
그룹들은 상세한 내역과 향후 추이를 파악하느라 동분서주.

이들 그룹들은 재무팀장을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계속 열면서 재경원의
지적대로 합병이나 증자 등을 통한 자구계획을 집중 검토하기 시작.

쌍용그룹 고위 관계자는 "쌍용종금은 외화를 별로 쓰지 않아 이같은 조치가
떨어질지 반신반의했다"며 "이번 명령이 그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자구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

한솔그룹도 외환문제로 고민했으나 부실종금으로 판정돼 영업정지처분까지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연말까지 최대한 자구노력을 펼쳐 정상화
시키겠다는게 그룹의 방침임을 강조.

신세계그룹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룹은 갑작스런 업무정지 통보에 진의 파악에 나서는 한편 종금사 경영진
과 향후 대책에 곧바로 들어갔다.

그룹측에선 신용관리기금측에서 나온 관리인이 나오는대로 증자나 합병
등을 통한 자구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

신세계는 그러나 그룹의 주력인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사업은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

< 금융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