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수출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품목이다.

반도체 수출의 회복여부에 따라 한국의 수출산업, 나아가 경제가 좌우될
정도이다.

이같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수출이 지난해엔 19.4%나
줄었으나 올해는 약간 회복돼 8.4%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따라 전체 반도체 수출은 95년 2백21억달러에서 작년엔 1백78억달러로
감소했다가 올해는 1백93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다소 증가한다고는 해도 여전히 95년에는 미치지 못하는 침체된 모습이다.

반도체경기가 여전히 위축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주력제품인
메모리분야의 경기부진과 이로인한 가격하락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등 한국업체들의 주력제품은 16메가D램이다.

16메가D램의 현물가격은 올 1월 6달러에서 3월 10달러수준으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다시 하락, 11월 현재 4달러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가격하락은 한국과 일본업체들의 감산등 필사적인 가격안정노력에도
불구, 미국업체의 대대적인 증산과 대만업체들의 신규참여등 공급과잉에
따른 것이다.

한국업체들은 16메가D램의 가격안정을 위해 설 여름휴가 추석등에 장기간
공장을 세우는등 갖은 노력을 다해왔고 일본업체들도 보조를 맞춰왔다.

하지만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칩사이즈를 축소시켜 생산량을
늘리는 기법(슈링크)을 통해 대대적으로 생산량을 확충하고 있다.

9개에 이르는 대만업체들도 올들어 대부분 생산에 착수하면서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저가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 대만업체들의 양산으로 16메가D램은 바닥을 모르는채 떨어지고
있다.

다행히 내년에는 세계 반도체 경기가 급속 회복되면서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권위있는 반도체조사기관인 미국의 데이터퀘스트는 세계 반도체시장이
올해 1천4백97억달러에서 내년엔 1천7백47억달러로 16.7%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는 3백28억달러에서 3백90억달러로 18.9%나 늘어 전체
반도체 시장증가율을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모리가 주력인 한국으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산업연구원은 이같은 시황전망등을 근거로 내년중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2백48억달러에 달해 올해보다 28.5%나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이 내년중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것은 <>PC수요급증
<>PC의 주용량증가 <>전자상거래붐 <>네트워크 컴퓨터등 저가형 PC의 본격
등장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즉 재작년 PC통신과 인터넷붐을 타고 486급 PC를 구입한 수요자들의
교체시기가 다가온데다 노트북PC의 가격하락과 편의성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또 멀티미디어환경 구축을 위한 PC의 주기억용량 급증, 전자상거래붐에
따른 수요증가등이 맞물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공급측면에선 한국과 일본업체들의 설비확장과 미국 대만업체들의
가세로 여전히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업체들은 수출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짜고 있다.

우선 주력제품을 16메가D램에서 64메가D램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미 떨어질대로 떨어진 16메가는 더이상 붙잡고 있어봐야 재미가 없을
것으로 판단, 64메가로 시장을 신속히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64메가는 미국이나 대만보다 한발 앞선 상태여서 초기시장선점에 따른
플러스효과를 기대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의 전략은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의 강화이다.

아직 한국업체들의 비메모리비중은 10%안팎에 머물고 있는데 각 업체들은
이 비중을 대폭 늘려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중앙처리장치(CPU)인 알파칩을 필두로 마이콤 주문형반도체등의
수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알파칩은 정보처리속도가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의 CPU보다
훨씬 빨라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한국 미국 일본업체와 공동으로
알파칩 보급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위해 공동마케팅프로그램을 구축키로 했다.

LG반도체는 멀티미디어만능칩(MPACT)과 자바프로세서의 수출확대등
비메모리분야에서 몇몇 스타제품을 키워낸다는 구상이다.

이중 멀티미디어만능칩은 하나의 칩에 동화상 음성등 7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어 멀티미디어시대를 주도할수 있는 품목으로 꼽고 있다.

현대전자는 미국내 자회사인 심비오스로직을 통해 통신용 반도체등
비메모리반도체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

또 아남산업은 그동안 패키지중심에서 벗어나 부천에 1조원을 투자한
비메모리반도체 일관생산공장을 준공,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의 양산에
들어가는등 제2의 도약에 나서고 있다.

<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