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민칼럼] 인내가 필요하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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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을 놓고 말들이 많다.
한국경제가 신탁통치를 받게 됐다든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그런 것들이다.
어떤 사람은 IMF에 대해 이런 의문도 제기한다.
"구원의 천사인가, 경제주권을 빼앗은 권력자인가"
IMF에 지원요청을 한 것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자.
누구의 탓인가, 무엇 때문인가.
책임의 경중은 따질수 있겠지만 대통령과 정부관료 정치인 기업인 금융인
근로자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주체들이 무관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뼈를 깎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맞는 말이다.
우선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기업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며,
정부도 조직개편과 재정긴축을 강도높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그러나 몰라서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총론적 자기반성이 중요한게 아니라 위기의 실체를 하나 하나
따져보고 보다 구체적인 실천대안들이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IMF 협의단은 경제주권을 빼앗은 권력자가 아니라 구원의
천사쪽에 더 가깝다.
물론 미국 등 선진국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금융기구이기에 우리의 국익에
반하는 것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알고도 행하지 못한 것을 실천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IMF와의 협의가 주고 받는 협상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을
이루는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도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소위 구제금융이라고 표현되는 긴급유동성 조절자금 지원을 요청한
이상 앞으로의 정책운용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수 없다.
지난 24일부터 공식활동에 들어간 IMF 협의단은 벌써부터 무척 구체적이고
상세한 자료를 광범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들린다.
2~3주간의 실사를 거쳐 상세한 보고서가 나와야 확실해 지겠지만 평소
IMF의 한국경제진단과 자금지원을 받았던 멕시코와 태국 등 동남아국가들에
대한 요구사항을 참고하면 그 방향을 가늠하기란 쉬운 일이다.
어느 나라에 대해서나 부실채권및 부실금융기관의 과감한 정리가 첫손가락에
꼽히는 요구사항이었고 금융개방과 환율의 시장기능 확충, 재정및 금융의
긴축, 산업의 구조조정, 성장률 하향조정, 경상수지 개선 등을 위한 구체적
실천계획을 요구해 왔다.
우리에게도 경제여건의 차이에서 오는 수난과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체적인 결론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같은 요구사항을 수용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가 보여줄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어렵지않다.
저성장기조에 따라 실업이 늘고 기업경영이 축소균형을 면치못할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물가불안과 금리상승도 예상된다.
다만 원화의 평가절하분이 반영되고 나면 물가안정기조는 다져질 것이고
금리도 IMF 등의 자금유입이 본격화되면 다시 낮아질 가능성도 크다.
긴축으로 인한 기업들의 자금경색은 예상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금수요의
위축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둔화와 긴축으로 경상수지는 급속히 개선될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IMF가 개입한다고 해서 어느 것 하나 우리 경제가 추구해야할 정책기조와
다른 것을 찾기는 어렵다.
위기를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IMF를 경계하기보다 우리가 얼마만큼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문제는 국민생활이 무척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실업이 늘고 물가가 오르고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다.
종래의 기준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참을수 밖에 없다.
참지못하면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그래서 인내가 필요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실 위기의 본질을 따지자면 기업의 책임이 제일 크다.
과다한 차입경영, 문어발식 기업경영, 기술개발의 소홀 등 국가경쟁력의
원천은 기업이다.
군살을 도려내고 한계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구조조정은 기업인들로서는
무척 힘든 과제일 것이다.
그래도해야만 하는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지금 당장 정부가 해야 할 일은 IMF와의 협의를 최대한 신속하게 매듭짓는
것이고 가능하면 기왕에 추진해오던 우리 스스로의 구조개편계획에 따라
순리적으로 이뤄지도록 합의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유념해야할 것은 지금의 금융위기가 단기간에
끝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주장했던대로 우리경제의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외화유동성 부족만 해결되면 곧 정상화되리라는 생각은 위험스럽다.
국제 외환위기에 국내경제의 구조적 모순까지 겹쳐 있는 탓이다.
또 국제 외환위기의 영향 때문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머니게임은
치열하다.
미국의 레스터 C 서로 교수는 세계금융체제를 통제하고 관리할 필요성을
실감하지만 떠맡을 국가나 기구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해 펴낸 저서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세계 각국의 금융정책들이
국제적인 자본의 흐름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전제하고 "조만간 세계금융
체계는 90년대 일본이 겪은 주식시장 파동이나 30년대 미국이 겪은 주식시장
과 유사한 상황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
한국경제가 신탁통치를 받게 됐다든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그런 것들이다.
어떤 사람은 IMF에 대해 이런 의문도 제기한다.
"구원의 천사인가, 경제주권을 빼앗은 권력자인가"
IMF에 지원요청을 한 것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자.
누구의 탓인가, 무엇 때문인가.
책임의 경중은 따질수 있겠지만 대통령과 정부관료 정치인 기업인 금융인
근로자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주체들이 무관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뼈를 깎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맞는 말이다.
우선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기업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며,
정부도 조직개편과 재정긴축을 강도높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그러나 몰라서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총론적 자기반성이 중요한게 아니라 위기의 실체를 하나 하나
따져보고 보다 구체적인 실천대안들이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IMF 협의단은 경제주권을 빼앗은 권력자가 아니라 구원의
천사쪽에 더 가깝다.
물론 미국 등 선진국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금융기구이기에 우리의 국익에
반하는 것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알고도 행하지 못한 것을 실천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IMF와의 협의가 주고 받는 협상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을
이루는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도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소위 구제금융이라고 표현되는 긴급유동성 조절자금 지원을 요청한
이상 앞으로의 정책운용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수 없다.
지난 24일부터 공식활동에 들어간 IMF 협의단은 벌써부터 무척 구체적이고
상세한 자료를 광범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들린다.
2~3주간의 실사를 거쳐 상세한 보고서가 나와야 확실해 지겠지만 평소
IMF의 한국경제진단과 자금지원을 받았던 멕시코와 태국 등 동남아국가들에
대한 요구사항을 참고하면 그 방향을 가늠하기란 쉬운 일이다.
어느 나라에 대해서나 부실채권및 부실금융기관의 과감한 정리가 첫손가락에
꼽히는 요구사항이었고 금융개방과 환율의 시장기능 확충, 재정및 금융의
긴축, 산업의 구조조정, 성장률 하향조정, 경상수지 개선 등을 위한 구체적
실천계획을 요구해 왔다.
우리에게도 경제여건의 차이에서 오는 수난과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체적인 결론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같은 요구사항을 수용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가 보여줄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어렵지않다.
저성장기조에 따라 실업이 늘고 기업경영이 축소균형을 면치못할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물가불안과 금리상승도 예상된다.
다만 원화의 평가절하분이 반영되고 나면 물가안정기조는 다져질 것이고
금리도 IMF 등의 자금유입이 본격화되면 다시 낮아질 가능성도 크다.
긴축으로 인한 기업들의 자금경색은 예상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금수요의
위축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둔화와 긴축으로 경상수지는 급속히 개선될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IMF가 개입한다고 해서 어느 것 하나 우리 경제가 추구해야할 정책기조와
다른 것을 찾기는 어렵다.
위기를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IMF를 경계하기보다 우리가 얼마만큼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문제는 국민생활이 무척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실업이 늘고 물가가 오르고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다.
종래의 기준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참을수 밖에 없다.
참지못하면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그래서 인내가 필요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실 위기의 본질을 따지자면 기업의 책임이 제일 크다.
과다한 차입경영, 문어발식 기업경영, 기술개발의 소홀 등 국가경쟁력의
원천은 기업이다.
군살을 도려내고 한계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구조조정은 기업인들로서는
무척 힘든 과제일 것이다.
그래도해야만 하는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지금 당장 정부가 해야 할 일은 IMF와의 협의를 최대한 신속하게 매듭짓는
것이고 가능하면 기왕에 추진해오던 우리 스스로의 구조개편계획에 따라
순리적으로 이뤄지도록 합의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유념해야할 것은 지금의 금융위기가 단기간에
끝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주장했던대로 우리경제의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외화유동성 부족만 해결되면 곧 정상화되리라는 생각은 위험스럽다.
국제 외환위기에 국내경제의 구조적 모순까지 겹쳐 있는 탓이다.
또 국제 외환위기의 영향 때문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머니게임은
치열하다.
미국의 레스터 C 서로 교수는 세계금융체제를 통제하고 관리할 필요성을
실감하지만 떠맡을 국가나 기구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해 펴낸 저서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세계 각국의 금융정책들이
국제적인 자본의 흐름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전제하고 "조만간 세계금융
체계는 90년대 일본이 겪은 주식시장 파동이나 30년대 미국이 겪은 주식시장
과 유사한 상황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