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센스" 브랜드의 주방용품 업체인 서연아트의 최금덕(46)사장.

그는 1주일에 4~5일은 경기도 고양시 본사에 딸린 사택에서 잔다.

서울에 있는 집까지는 한시간반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조금이라도
회사일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더 벌겠다는 생각에서이다.

그곳에서 그는 새롭게 개발된 디자인가운데 어떤 것을 시장에 선보일까
고민한다.

매장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밤동안의
고민거리이다.

이런 남다른 근면함으로 그는 지난 81년 단돈 2백80만원으로 창업한
회사를 한식기 부문에서 손꼽히는 알짜회사로 키워냈다.

그의 경영방식은 치밀하다.

그는 전국 45개 직영매장을 통해 판매되는 6백여개 아이템의 매출추이를
아이템별로 관리한다.

매출이 내리막을 타는 아이템은 과감하게 단종하고 그 자리를 신제품으로
메운다.

이 작업을 최소한 3개월마다 한다.

이렇게 늘 새로운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것이 그의 전술.

이를 위해 그는 매달 20~30개의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한다.

그는 또 마트나 아웃렛등 양판점에 맞는 물류관리방식을 쓰고 있다.

아이템별로 코드를 부여,발주에서부터 재고관리 판매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관리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호도 변화를 파악하고 매장관리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고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

그는 패턴 등 기본공정은 전부 외주하고 있다.

그러나 전해처리나 샌딩 등 후가공 공정은 자기공장에서 하기를 고집한다.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공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적인 유통체계에 맞는 포장과 상표를 개발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노하우가 더해진다.

조직관리에서도 그는 한국적인 정서와 합리적인 서양의 경영방식을 잘
조화하고 있다.

직원을 뽑으면 1년간 함께 일한뒤에야 정사원으로 삼는다.

이들 정사원에 대해서는 동종 업계에선 드물정도의 후한 대우를 하고
있다.

그는 90년대 초의 혹독한 시련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창업이래 승승장구하던 그는 90년대초 무리한 매장투자로 큰 손실을
입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형 주방용품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덤핑물량을
쏟아냈다.

결국 그 여파로 그는 주저앉고 말았다.

당시 부도금액은 20억원.중소기업으로선 재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큰
금액이었다.

그러나 18개사가 모인 채권자회의는 그에게 재기의 기회를 줬다.

평소 두텁게 신용을 쌓아놓은 덕이었다.

일본 거래선인 다카사코씨는 꼭 다시 일어서야 한다며 자금을 지원하기
까지 했다.

당시 창고에 쌓여있던 재고만도 수억여원어치.

채권자들이 손을 빼기로 했다면 지금의 서연아트는 존재하지 않을 터였다.

재기를 위해 날밤을 새가며 고민한 끝에 그는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단돈 1백만원이 아쉬운 때였지만 그는 과감하게 디자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주아이템인 숟가락과 젓가락을 중심으로 신세대 감각에 맞게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개발했다.

그때까지 비닐로 대충싸던 포장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지금은 식기업체의 고전이나 다름없이된 낱개포장은 그가 고안해 특허낸
것이다.

그가 내놓은 제품들은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백화점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그는 단 2년만에 완전 재기했다.

지난해부터는 대만과 일본 등으로 수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