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등록일(26일)을 이틀 앞둔 24일 일부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 연말 대선구도는 국민회의 김대중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양자
대결구도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이인제 후보의 국민신당측은 여론조사에 대해 응답 자체를 거부하는 층이
조사대상의 40%선을 넘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의 신뢰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특정후보와 일부 조사기관의 "밀착" 의혹을 제기하고는
있으나 추세는 대체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작게는 1~2%, 크게는 5%정도 차이가 나고 있는 1, 2위의에 "역전"
가능성이 여부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 김대중 후보는 35% 안팎의 지지도로 1주일 전 실시된 조사에
이어 선두를 고수했으나 지지도는 주춤하고 있는데 반해 이회창 후보는 30%
안팎까지 상승, 2위 자리를 굳히면서 1위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각 언론사가 자체 또는 조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는 <>김대중
후보의 정체 <>이회창 후보의 약진 <>이인제 후보의 하락이라는 공통된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양강구도가 형성되고 있고 그 격차는 여론조사의 허용오차 범위내로
좁혀지고 있다.

이인제 후보가 지지율을 만회하지 못하고 현재와 같은 구도가 투표일까지
이어질 경우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대중후보와 이회창 후보간의 승패는
50만~1백만 정도의 표차 이내에서 결정될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마지막까지 두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얘기다.

한 언론사도 자체조사 결과 단순 지지율에서는 김대중 36.8%, 이회창 34%,
이인제 21.4%의 지지도를 보였으나 표의 견고성을 감안한 현 시점에서의
후보별 예상득표율은 김대중 39.3%, 이회창 34.6%, 이인제 21.4%순으로
전망했다.

김대중 후보의 지지자들이 여론조사과정에서 내색을 하지 않은 측면과
투표율이 다른 후보 지지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음을 감안한
결과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예상하는 응답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최근 조사에서 김대중 후보와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최근들어
처음으로 김대중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집계된 점이다.

물론 이는 이인제 후보가 사퇴하거나 그의 득표율이 10%대로 떨어져 사실상
의 김-이 대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1, 2위 간의 역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김대중 후보는 일주일 전보다 1.1%가
떨어졌으나 이회창 후보는 10% 정도 뛰어 오른 점도 이후보의 지지율 상승과
맞물리고 있어 관심이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에서 김대중-이회창, 부산.경남에서 이회창-이인제,
충청권에서 세후보가 각각 벌이고 있는 박빙의 대결 결과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대세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회창 후보가 인물.정책대결 차원과는 별도로 이인제 후보
에게도 흩어져 있는 반DJ표를 어느 정도 결집시키느냐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부터 각 후보들은 표밭 현장에 직접 나선다.

지금까지는 여론조사결과 자체가 후보들의 지지도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법정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여론조사 결과는 발표하지 못하게 돼
결국 이번 대선의 승패는 조직의 가동 능력과 함께 후보들간 1대 1 TV토론
이나 합동토론회에서 누가 두각을 나타내느냐에 달려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밝혀졌듯이 이회창 후보의 두아들 병역면제 시비와
비자금 폭로과정의 불법성,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조성의혹과 건강문제,
이인제 후보의 경선불복과 청와대 지원설 등이 앞으로도 각 후보에 대한
지지율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