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낮 12시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 선플라워룸.

"예감" 후속으로 12월1일부터 방영될 MBCTV 미니시리즈 "복수혈전"의
촬영이 한창이다.

영하의 날씨지만 이곳은 스탭과 연기자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하다
못해 덥다.

"하, 더럽게 건방지네. 돈좀 있으면 다야" (김혜수)

돌아서 가는 손창민에게 김혜수가 한마디 쏘아붙인다.

"컷!"

"창민이 서봐. 그래 거기"

연출자 장용우PD가 다시 위치를 정해준다.

"창민이 돌아서고, 다시"

"레디! 액션!"

손창민이 김혜수와 오연수 쪽으로 다가가고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컷!"

"여기 신경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먹으란 말야"

엑스트라들의 NG다.

주연들의 연기에 신경쓰느라 음식 먹는 일을 게을리한 것.

구도를 달리해 같은 장면 찍기를 다섯차례.

소품용 얼음조각은 조명불빛에 녹아 뚝뚝 물을 흘린다.

이날 촬영내용은 3회 방영분.

이춘삼 (김병기)이 쌍칼 (허준호)을 이용, 주몽 (주현)의 호텔을 인수해
대표로 취임하는 축하파티 장면.

동원된 엑스트라만도 1백명이 넘는 대규모 군중신이다.

민주 (오연수)와 미경 (김혜수)이 현수 (손창민)에게 준호 (안재욱)에
대해 묻는 장면이 끝나고 새 장면이 시작된다.

주몽 패거리가 파티장소로 들어가 이춘삼에게 행패를 부리는 신이다.

패거리의 맨끝에 서있는 안재욱.

이마엔 반창고, 터진 입술에 껄렁대는 걸음걸이가 영락없는 건달이다.

제작팀은 지난달 30일부터 워커힐 부근에 자리를 잡고 촬영중이다.

방영예정일이 2주 연기돼 여유가 생겼는지 짧은 장면도 반복해 찍는
모습이 장PD의 의욕을 느끼게 한다.

16부 예정인 "복수혈전"은 도시의 어두운 곳을 배경으로 주인공 준호의
굴곡진 삶의 주변에서 펼쳐지는 권모술수와 배신, 우정과 의리, 사랑을
그린다.

제목은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해 실패한 영화에서 따왔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가슴에"의 부부작가 김기호 이선미씨가
쓰고, 청소년드라마 "사춘기"와 가족애를 그린 "사과꽃 향기" 등을 만든
장용우PD가 연출한다.

안재욱 손창민 김혜수 오연수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장PD는 "난장판같은 세상속에도 지고지순한 사랑과 의리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폭력장면은 수단일 뿐, 남녀간의
사랑과 배신 복수 등이 주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