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에요.

지난달말 462포인트까지 떨어졌을땐 객장분위기가 정말 살벌했죠.

사상최고 등락을 거듭하는 바람에 2~3일만에 깡통차는 고객들도 즐비하게
나왔고요"

쌍용투자증권의 영업우먼 송경일(27)씨는 올가을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한다.

객장생활 3년차 영업우먼에게 이번 증시폭락은 감당하기 힘든 일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신참 영업맨들만 괴로운 건 아니다.

"10년차이상 베테랑선배들도 이번처럼 예측하기 힘든 장은 겪어본적이
없다고 해요.

후배들에게 투자방향조차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죠"

송씨는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영업맨들에겐 더욱 더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장이 안좋다고 고객과 전화상담하거나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연구와 자기계발에도 더욱 노력해 장이 좋아질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밝고 긍정적으로 고객을 만나기 위해 스트레스해소법을 개인적으로
하나씩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죠"

그는 요즘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리며 답답한 마음을 날려버린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처음에는 갸날프게만 보였던 그의 몸에서 갑자기 힘이 솟는 걸 느낄수
있었다.

그는 또 이번 금융위기가 오히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증권사의 경우 그동안 국내 정치 경제상황만 체크해 투자방향을 결정했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 외환시장은 물론 세계 각국의 증시와 외환시장
금융시장 전체를 조망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부터 본사에서 각국의 증시상황을 매시간별로 띄워주고 있어
이를 참조하고 있어요.

이제 장중에도 세계 각국의 지표를 봐가며 투자가이드해야 하는 시대가
된거죠.

고객들도 역시 관심이 많아요"

주가에 따라 영업맨들이 결혼하는데도 희비가 엇갈리지 않느냐는 여담성
질문에 송경일씨는 피식 웃고 만다.

그러면서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예전에 주가가 안좋았을때 한 선배가 결혼승낙을 받으러 처가에 갔더니
장인될 사람이 직업이 뭐냐고 물어봤답니다.

증권사직원만 아니면 승낙하겠다고 했답니다.

요즘은 어떨지."

인터뷰말미에 그는 "가장 많이 빠졌을때가 가장 큰 호재"라는 증권격언
하나를 의미심장하게 강조했다.

< 장규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