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자동차보험료 차등화 방안은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문화 선진화를 앞당기는 효과가 기대되기도 하지만 적지않은
부작용이 예상돼 제도운영의 투명성 확보등 적절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대 교통법규 위반자에게는 보험료율을 최고 50%까지 대폭 올리고
교통법규를 잘 지킨 운전자에게는 할인혜택을 주겠다는 발상은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원인이 대부분 운전자의 법질서의식 결여에 있다고 볼 때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오는 12월부터 위반여부를 점검하기 시작하면 보험료를 의식한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준수로 세계최고의 자동차사고율및 사망자율
보유국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또 반강제적으로나마 지키게 된 교통질서가 사회 전체의 법질서의식
고취로 연결되는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제도운영에 따르는 문제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우선 교통당국과 일선 경찰행정의 손에 달린 제도의 운영이 도입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의 단속관행으로 보아 단속의 공정성이 우려되고 부작용이 커질
소지가 있다.

보험료 할증을 우려한 법규위반자들과 적발경찰과의 실랑이는 물론
"거래"가 늘어날 것은 뻔한 일이다.

벌써부터 보험료 책정문제를 교통경찰에 맡겼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재경원은 이를 지엽적인 문제로 보고 있지만 유난히 단속에 대한 불복이
많은 우리의 현실에서 이 문제를 그렇게 가볍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또 열악한 교통환경, 즉 법규를 위반할 수 밖에 없는 도로시설의 낙후성을
그대로 둔채 위반자에게 벌금과 보험료할증이라는 "이중과세"의 불이익을
안긴다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닐수 없다.

3년간의 위반실적이 할증료산정에 반영되므로 운전자에 따라서는 거액의
보험료를 내야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돼있다.

이럴 경우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른바 무보험차량이 증가해
교통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재경원은 이번 조치로 할증보다 할인대상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시행
첫해에 손보사들의 손해가 4백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교통사고 감소가 손보사들의 이익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사고보상범위를 넓히거나 보험료 할인율 확대 등을 통해
이익증가분을 소비자에게 환원하는데 인색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모든 제도가 다 그렇듯이 이번 조치도
현실과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히 우리의 교통문화는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대상임에 틀림없지만
이는 보험료할증 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조치가 자동차 보험료 편법인상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보험사는 할증-할인율 책정등에 있어 투명성과 유연성 확보에 신경을
써 운전자와의 마찰을 최소화 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