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환율 상승의 여파가 정보통신업계로 거세게 밀려들고 있다.

1달러=1천원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환율 상승은 곧 수출 증가"라는
고전적인 경제학 도식은 더이상 의미있는 이론으로 자리잡기 어렵게 됐다.

오히려 PC및 이동통신단말기 등의 핵심부품을 외국에 의존하는 정보통신분야
기업들의 원가부담이 늘어나면서 깊은 한숨과 주름살만 늘어나고 있다.

화려한 스폿라이트를 받으며 지난달 서비스에 들어간 PCS(개인휴대통신)도
찬찬히 내부를 들여다보면 화려함속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음을 알수
있다.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방식의 PCS서비스는 원천기술을 사용료를 주고
미국 퀄컴사로부터 사와야했을뿐 아니라 현재 판매중인 단말기마다 5%가량의
로열티가 붙어있는 까닭이다.

똑같은 이유로 기존의 디지털방식 이동전화서비스도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이 사업에 착수한 PCS서비스업체들은 최근들어 기지국 설비및
단말기 장비 등에서 원가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최악의 경우 이동전화에
비해 저렴한 서비스 요금체계마저 조정해야 할 형편이다.

PC및 주변기기 생산업체들도 고환율 시대가 괴롭기는 매한가지.

컴퓨터 핵심장치인 CPU(중앙처리장치)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환율인상에 의한 원가상승을 피할수 없는 처지가 됐다.

최근 극심한 PC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가격인하에 돌입한
PC업계로서는 비싼 달러화가 여간 골치아픈 게 아니다.

CPU의 경우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는 특성이 있지만 그 인하분을 모두 높은
환율이 흡수해 버리고 있기 때문에 기대했던 원가절감을 꾀할수 없게 된 것.

이에 따라 PC업계는 예년에 비해 마진폭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저가격
정책을 계속 밀고갈수도, 중도에 포기할수도 없는 곤란한 입장에 놓여 있다.

멀티미디어 컨텐츠업계도 료열티 상승효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체 유통물량의 80%이상을 외국으로부터 도입하고 있는 게임업계는 환율
상승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으며 학습타이틀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휴렛팩커드 한국IBM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도 전반적인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환율인상 요인이 매출증가분의 상당부분을 상쇄해버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함께 극심한 환율인상으로 인한 환차손이 업계 공통적으로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이래저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요즘이다.

이와반면 1달러=1천원시대가 대대적인 수출드라이브를 걸수 있는 호기라는
시각을 가진 업계도 적지않아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모니터 PC CD롬드라이브 등 주요 수출품목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강화돼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있다.

각 업체가 이번 기회에 미국 유럽은 물론 동남아 중국 인도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출확대 마케팅 전략을 펼쳐 국제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더한층
높이려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안정을 찾지못하고 가파른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는
달러화의 가치는 각 제품에 대한 국내외 마케팅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재의 환율동요를 위기로 받아들이는 업계는
물론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업계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환율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