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이든 변두리이든 평지든 산이든 웬만한 공간엔 아파트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상계동이나 목동같은 지역엔 "아파트 숲"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온통
아파트 천지다.
외국의 한 건축설계사는 서울의 건축에 대한 인상을 묻는 말에 아파트밖에
기억에 남는게 없다고 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서울에는 아파트가 몇가구나 들어서있을까.
서울시가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96년말현재 서울에는 아파트가 9천5백
79개동 73만5천8백86가구가 있다.
이들 아파트가 들어서있는 땅은 모두 1천1백39만9백62평.
건평으로는 2천54만2천5백93평이다.
그래서 용적률은 평균 1백80%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서울시의 25개 구 가운데 가구수 기준으로 가장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있는
곳은 노원구이다.
노원구일대에 있는 아파트는 모두 11만1천4백16가구.
그 다음은 9만2천2백62가구의 강남구이며 잠실아파트단지를 끼고 있는
송파구에도 7만8천7백8가구의 아파트가 건립돼있다.
또 강서구와 서초구에도 각각 5만가구이상의 아파트가 들어서있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의 평균 평형은 27.9평형.
"표준평형"이라고 할 수 있는 32평형보다 4.1평이 좁다.
가장 많이 건립된 평형은 31~40평형으로 총 21만2천81가구가 있다.
이는 서울 전체 아파트의 28.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 다음으로는 21~30평형이 20만3천9백46가구로 전체의 27.7%를 차지하고
있다.
또 16~20평형이 11만8천4백90가구(16.1%) 11~15평형이 11만6천5백60가구
(15.8%)로 소형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30%가 넘는다.
반면 대형평형에 속하는 41평~50평형은 5만7천1백20가구로 전체의 7.7%,
51평형이상은 2만2천4백68가구로 3.0%에 지나지 않는다.
이같은 사실은 왜 서울에서 대형평형아파트에 청약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려드는가를 보여준다.
서울에 지어진 아파트 가운데 10%정도만이 41평형이상이고 나머지는
중소형평형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공급되는 절대물량이 부족해서 대형평형의 인기가 높은 것이다.
서울에는 아직도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때 일정물량의 소형아파트를 의무적
으로 지어야 한다.
이는 앞으로도 서울에서는 대형아파트가 지속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을 뒷바침한다.
요즘 강남구 대치동 도곡동일대와 용산구 이촌동일대 일부 재건축대상
아파트값이 다시 급등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다.
서울 요지에서 공급부족사태를 빚고 있는 대형아파트를 안전하게 확보하려
는 수요자가 많다보니 값이 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서울인접 수도권에서 대형평형아파트가 잇따라 분양되고 있긴 하지만
서울 및 수도권의 대형아파트 수요를 모두 소화해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대형아파트는 당분간 그 희소성으로인해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두터운 수요층이 오른 가격을 다시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이정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