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그룹의 시설투자가 6년만에 줄어든다.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 발표한 "98년 30대그룹 시설투자 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30대그룹의 시설투자 규모는 모두 52조 2천4백6억원으로 올해
추정 실적보다 1.39%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시설투자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는 전년보다 10.2%가 줄었던
지난 92년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업의 시설투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성장잠재력이 감소하고 장기적인
경기회복이 그만큼 더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대상 가운데 20개 그룹이 내년도 투자를 올해 수준에서 동결시키거나
감축할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그룹은 올해보다 20%가 줄어든 6조8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한화도
올해보다 10%를 축소한 1조2천5백억원선에서 투자계획을 잡았다.

이밖에 현대 LG 쌍용 한진 롯데 등이 내년 투자를 올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을 비롯 대부분의 그룹들이 신규투자를 자제하는 소극적인 계획을 잡고
있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 등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투자와 토목
공사를 중심으로 건설업의 투자호조가 예상됐다.

반면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은 국내경기 침체와 국제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등으로 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기계 등 중화학공업은 공급과잉에 따른 재고부담과
국제가격 약세 등으로 생산능력 확장 투자는 지양하고 합리화 투자에 치중
하는 투자조정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