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심채진(59.한국경제신문 뉴미디어국장)씨가 수상집 "개구리밥
인생의 궤적" (숲과나무)를 펴냈다.

이 책에는 30여년을 "신문쟁이"로 일관해온 한 개인의 발자취와 숨가쁘게
진행된 한국현대사의 단면들이 기록돼 있다.

그는 "어려운 시절 파란중중한 곡절속에서도 보람되게 살려고 자신과
피나는 투쟁을 벌여온 한 "별종 언론인"의 슬픔과 고뇌와 열정의
상념일 뿐"이라며 지난 삶을 개구리밥 (부평초)에 비유했지만, 수상록의
밑에 깔린 정신의 뿌리는 깊고 단단해 보인다.

앞쪽의 글들은 "합천 촌놈"이 서울로 흘러들어 이리저리 밀려다닌
세월을 돌아보는 내용.

"아호와 육봉" "축령산과 거풍산악회" "주졸의 변" 등에는 특유의
거침없는 언변과 풍류가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75년 유신독재와 권언유착에 반대한 "3.6자유언론실천운동"
으로 해직된 뒤 인천주안 수봉공원에서 아들들과 공놀이를 하다가 떠가는
구름을 보며 두보의 시 "춘망"을 읊조리던 얘기 (해직과 좋은 아버지),
남편보다 더한 속앓이로 고통받으면서도 싫은 내색없이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온 아내에 대한 고마움 (우울증 앓는 아내) 등도 애틋하게 다가온다.

"해방.분단 반세기와 민족 정체성" "죽어가는 지구와 간디의 7가지
죄악" "자동차문명과 생명압살"에는 현대사와 물질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들어 있다.

수습기자때의 웃지못할 해프닝과 한국경제신문에서 언론계 최초로
오피니언 페이지를 만들며 밤낮없이 매진하던 순간들도 눈길을 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