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태 < (주)태산 회장 >

지금 주택사업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행정규제를
지적하라면 ''사업계획승인제도''를 첫번째로 꼽을 것이다.

사업계획승인제도는 분양가 규제나 주택규모에 대한 규제보다 더 우선적인
개혁과제가 아닌가 한다.

먼저 주택건설절차를 보자.

주택사업자가 사업구상을 한 다음 부지를 확보하고 시.군.구청장에게 사전
결정 신청을 한다.

결정협의를 거쳐 사전결정이 되면 다시 시.군.구청장에게 사업계획승인
신청을 하고, 사업계획승인협의가 이루어져서 승인이 나면 그 내용을 고시
한다.

그런 다음 착공신고와 주택건설 및 사용검사, 공공시설 기부채납의 순으로
주택건설절차가 진행된다.

이같은 절차를 거쳐 사업계획승인이 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최소한
10개월 이상이고, 일반적으로는 1년6개월 내지 2년정도이며, 길게는 3년이
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80년대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사업계획승인을 받는데 걸리는 기간은
2개월 정도였다.

사업계획승인을 받는데 걸리는 기간이 왜 80년대중반보다 이토록 엄청나게
늘어났는가.

결정적인 이유중의 하나는 사전결정제도 도입이다.

사전결정제도는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입지심의 건축심의 토목심의 경관심의
미관심의 등 각종 심의절차를 조례나 규칙, 방침 등 여러가지 형태로 제각각
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절차의 복잡성이나 구비서류의 과다로 인하여
사업승인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주택건설사업이 허용되는
지의 여부를 1회의 사전결정으로 판단토록 한 제도로서 1994년에 처음 도입
되었다.

도입목적은 사업계획승인전에 사전절차를 간소화하자는 것이지만 실제
운용되는 과정을 보면 도입목적과는 정반대로 행정절차의 복잡성만 야기시키
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주택건설촉진법"에서는 주택사업자가 사업계획승인을 받을 때 토지형질
변경허가 산림훼손허가 농지전용허가 사도개설허가 도로점용허가 하천점용
허가 도시계획사업시행허가 접도구역안의 건축물설치허가 등을 받은 것으로
의제하고 있다.

사전결정제도 도입으로 사전결정시 이와 관련된 협의를 하고, 사전결정을
받으면 사업계획승인시 이에 따르며, 관련법에 의해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도록 하였다.

문제는 사업승인기관이 사전결정시 협의를 완료한 이같은 사항에 대해
사업계획승인시 또다시 중복협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사전결정과는 별도로 각 지자체는 사업계획승인시 또다시
건축심의 미관심의 토목심의 입지심의 경관심의 등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그 결과 짧게는 1개월, 길게는 5개월이 넘게 사업계획승인을
지연시키게 된다.

따라서 이같은 사전결정제도 도입으로 주택사업자는 사업계획승인과
똑같은 절차를 중복해 밟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기간이 지연되고, 주택사업자가 지불해야 할 금융비용부담은
물론 사업승인권자의 행정업무부담도 당연히 증가하게 된다.

문제는 또 있다.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르면 사업승인권은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도지사에게 위임되고, 도는 시.군.구에 재위임하여 사업계획을 승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군에서는 도의 검토를 받아 승인하는 등 중복검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사업계획승인 기준이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에 따라 제각각
다른 경우가 많고, 지자제 실시후에는 광역자치단체별로 수시로 변경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사전결정이나 사업계획승인시 제출해야 할 서류도 여전히 많고 복잡하다.

주택사업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사실상 사업계획승인이다.

주택의 품질향상이나 기술개발, 마케팅전략의 수립도 일단은 사업계획
승인이 있고 난 다음의 일이고, 사업계획승인의 장기화로 인하여 도산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주택사업자를 편하게 해주고자 도입한 사전결정제도는 거꾸로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앞으로 사업계획승인의 전 과정을 총체적으로 점검하여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대폭 간소화시켜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