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모대학 4학년 졸업생들이 사은행사를 준비하면서 사은행사 장소를
호텔이나 가든으로 정하고 학생 1인당 회비도 5만~10만원을 받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한마디로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대학생들은 왜 사은행사를 호화 사치스럽게 준비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그들은 아마 4년의 대학생활을 기념하는 단 한번의 행사이기 때문에
비싸거나 유명한 장소에서 화끈하게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사은행사에 참여하는 대학교수들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그들은 4년동안 고생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대접은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건지 왜 학생들에게 좀 더 검소하고 의미있는 행사를 준비하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오늘날 우리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

그러므로 이를 계기로 사은행사를 새로운 형태로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즉 종래의 먹고 마시는 식의 소비적인 사은행사를 지양하고 좀 더 의미
있으면서 건전한 방향으로 행사를 해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은행사에 소요되는 경비를 모아 학교 정원에 졸업생이름으로
기념식수를 한번 해보자.

기념식수를 통해 졸업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다시 한번 설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적은 돈이지만 후배들을 위해 장서가 부족한 대학도서관에 책을
기증하는 것도 좋을듯 싶다.

그러면 우리 대학은 선배들이 기념식수한 나무들로 울창해질 것이고 또한
선배들이 기증한 책들로 대학도서관은 장서가 넘쳐나지 않겠는가.

김해경 < 용인 수지읍 풍덕천리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