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동남아주가하락과 외국인매도라는 "외풍"에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기아그룹문제가 법정관리로 가닥을 잡아가고 정부가 기업부도를 막기 위해
자금지원을 확대하는 등 국내악재는 사라지고 있으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
에서 시작된 통화.증시위기가 홍콩 대만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감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기관투자가가 순매수우위를 결의하고 개미군단들이 "사자"에 나서도
외국인매물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24일에는 불안감을 느낀 개인투자자마저 "팔자"로 돌아서 주가는 사상
최대폭으로 폭락했다.

동남아주가하락->외국인매도->개인매도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 외국인의 장세 영향력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9천3백56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10월들어 23일까지 순매도 규모가 5천4백21억원에 이르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매도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은 지난 8월말 14.03%에서 현재는 12%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국인 매도가 본격화되면서 외국인의 거래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외국인 거래비중은 지난 8월까지만 해도 5%대에 머물렀다.

이것이 9월에 7,8%로 높아진 뒤 10월 들어선 11.9%에 달했다.

외국인 순매도가 사상최대치를 나타냈던 지난 21일과 22일엔 각각 13.0%와
12.7%나 됐다.

<> 외국인의 매도 원인 =외국인의 한국주식 처분은 국내요인과 해외요인이
상승작용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우선 국내요인은 금융시장과 환율불안이다.

은행 종금 증권 등 금융기관이 대규모 부실채권에 시달리고 있어 기아문제가
해결기미를 찾았다고는 하나 아직도 불안한 실정이다.

원달러환율도 24일 달러당 9백30원에 육박하고 있다.

윤민호 동서증권 도쿄지점장은 "일본에서 지난 89년대말 버블이 꺼질 때
부실채권을 많이 떠안은 금융기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외국인이 보유비중
을 13%에서 5%선까지 낮추면서 주가가 3만8천엔대에서 1만4천대까지 폭락
했다"며 "한국도 금융기관 정리를 이른 시일안에 해결하지 않을 경우 외국인
이탈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요인은 홍콩으로까지 번진 동남아 증시폭락이다.

이들 국가의 주가폭락으로 아시아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짐에 따라
고객들의 환매요구가 많아지고 동남아시아 비중을 줄이면서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는 것이다.

강헌구 ING베어링증권 이사는 "외국인들은 매도나 매수의 방향을 잡으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다"며 "한국비중을 줄이고 있는 만큼 외국인매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