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계의 본산 성균관을 둘러싼 분규가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노병덕 성균관장 직무대행은 17일 오전 11시 유림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최근덕 전관장측이 법원에 제출한 총회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총회자체를 무기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새 직제에 따라 새관장을 선출하기 위해 열린 이날 총회에는 중앙
임원과 지방전교, 시도 향교재단이사장 등 대의원 4백65명중 절반이
참석했다.

당초에는 노병덕 관장직무대행과 최창규 전독립기념관장이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이번 임시총회는 소집공고일로부터 총회일까지
기간이 불과 4일밖에 안돼 참석대상자가 총회소집에 대해 충분히 알기
어려웠던 만큼 부적법한 행사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덕 전관장이 주최하는 19일 총회도 개최돼 2명의 성균관장이
선출되면 혼란에 빠지게 되므로 안된다고 밝혔다.

성균관은 이에따라 일단 총회를 연기하기로 하고 새정관에 의한 적법
절차에 의해 추후 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성균관은 이에 앞서 4일 지난 1월 문화체육부에 신청한 성균관의 새
정관과 운영규칙을 승인받았다.

새 정관은 유도회 (신도회) 회원을 포함한 9백65명의 대의원을 두게
되어있는 기존정관과 달리 유도회원을 제외한 4백65명만 대의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 특정인의 독주를 방지하기 위해 재단이사장 및 성균관 관장과
부관장의 임기를 4년 단임으로 한정시켰다.

재단이사장이 의원장직을 맡는 30명의 평의원회를 두어 성균관의 모든
업무를 심의하며 이사장과 성균관장 유도회중앙회장은 겸임할수 없도록
하는 등 사실상 성균관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성균관은 이 정관에 따라 열린 총회에서 뽑힌 관장이 정통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덕 전관장측은 예정대로 19일 오후1시 유림회관에서 임시
유림총회를 열고 성균관장을 뽑는다.

서울지방법원 제50민사부가 6일 총회대의원 2백73명의 임시총회
소집요구서를 받아들여 11월15일 이전에 총회를 개최하도록 허가했기
때문.

최전관장측은 구정관에 따라 9백65명의 대의원을 모두 소집해 총회를
열 방침이며 최근덕전관장이 단독 입후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관장이 뽑혀도 새 정관에 의해 재단이사회의 재가를
받을수 없어 적법한 관장자격을 획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성균관은 더욱 걷잡을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재산권을 보유한 재단법인 성균관과 종헌 종권을
가진 성균관의 대립.

최 전관장측이 종단개혁을 내걸고 지난해 6월 전국유림총회를 개최,
유교종헌을 새로 만들고 4년임기의 새관장으로 선출되자 재단법인
성균관이 당시 총회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지난 1월 소송을 제기해 싸움이
시작됐다.

서울지법의 결정에 따라 8월19일 최관장이 물러나고 노관장 직무대행
체제가 들어섰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