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창간 33주년과 새사옥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LG경제연구원
과 공동으로 10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기업환경변화와 한국기업
의 신경영 패러다임"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국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다수
제시됐다.

특히 주제발표자들은 현재의 경영여건보다는 21세기에 예상되는 글로벌경영
추세에 맞춰 마케팅 노사관계 정보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윤호 LG경제연구원원장의 강연내용을 간추린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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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지금부터 21세기 초까지 한국기업들은 극심한 조정기를 거치게 될 것이다.

국내외 환경변화가 과거와 같은 경영방식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는 경제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사회전반의 질적인 변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는 지난 30년간에 걸친 고도성장의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진통을 겪고 있다.

경기순환적인 불황과 구조적인 불황,실물산업 부실과 금융산업 부실이
맞물리고 산업불황을 원만히 수습하기 위한 의식과 제도의 미비, 경험부족이
드러나면서 심리적 불황까지 가세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세계화와 정보화 지식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세계화는 전 산업부문에 걸쳐 무한경쟁시대를 급속히 열고 있으며 정보화
지식화는 경영방식은 물론 산업구조의 질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아래서 한국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국내외 환경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

경영목표의 정립에서부터 조직 및 운영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경영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사물을 보는 마음의 틀이라 할수 있는 패러다임
의 전환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가치창조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기업들의 경영은 외형극대화 패러다임이 지배했다.

한국기업들은 매출액 시장점유율 경상이익 등의 단편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문어발식 확장정책을 계속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은 자기자본보다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에
주로 의존하였다.

그러나 성장률이 둔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러한 차입위주의 외형
확장경영은 한계를 맞게 되었다.

자기자본을 포함한 모든 조달자금의 비용을 상회하는 가치창출을 해내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패퇴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고객만족경영이다.

고객만족경영이란 고객이 원하는 품질의 상품을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적절한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는 경영을 의미한다.

이는 가치창조경영및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지속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킬수 있는 기업만이 가치창출이 가능하며 장기적
인 생존과 이익을 보장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던 과거와는 달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지금
고객은 기업에 어떤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가를 결정해 주게 된다.

더욱이 소득수준의 향상과 정보 통신 교통기술의 발달은 고객욕구의 다양화
개성화 특성화를 촉진하고 있다.

고객은 자신만의 개성과 개별적인 욕구를 중시하며 "나만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하고 있다.

고객 한사람 한사람의 미충족 욕구를 발견하거나 욕구를 창출하고 이를
충족시킬수 있는 기업역량을 구축하여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만이 진정한
고객만족경영의 실천을 통해 성공할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식중시경영이다.

이제까지 한국기업은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에 기계.설비.원재료 등 물적
자산을 중시하였다.

눈에 보이는 자산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 왔다.

수익성 높은 사업을 찾아 인적 물적 자산의 양을 증가시키기만 하면 성공
한다는 "부실한 성공신화"에 매달려 왔다.

그러나 정보화 지식화시대에는 기존의 생산요소보다 정보와 지식이 더
중요한 부가가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정보 기술 마케팅능력 기업문화 등으로 대표되는 지식자산을
골간으로 하는 핵심역량을 갖추지 못하는 한 경쟁력 있는 기업, 수익성있는
기업, 세계적 기업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쉽게 모방할수 없는 지식자산을 핵심역량으로 확보함으로써 경쟁자를
따돌리는 경영전략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인간중시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격한 기업환경변화는 과거에 중시되던 효율성에 더해 창의성 유연성을
요구한다.

창의성과 유연성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이를 확보하려면 조직운영에 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일방적 지시와 통제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전통적인 조직관리로는 창의성
이나 유연성을 확보할수 없다.

다섯째 IT(Information Technology) 중시경영이다.

정보는 경영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IT시스템은 기업경영에 있어 인체의 신경망과 같다고 할수 있다.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전산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적시에 유용한 정보를
획득 처리하고 활용할수 있는 효과적인 정보시스템의 구축은 기업경쟁력
확보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여섯째 세계화경영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21세기 전반까지 진행될 "전세계의 단일시장화"는
인류사의 가장 특징적인 시대흐름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며 새로운
무한경쟁시대를 열고 있다.

세계적인 강자가 되지 않는 한 국내시장에서의 강자가 될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R&D로부터 제품의 최종 배달, AS에 이르기까지 기업활동의 전과정이 세계적
인 차원에서 최적화되어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창출할수 있는 세계전략이
수립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세계각지에서 그 지역 문화와 특색에 맞는 현지화를 전개하면서도 동시에
일관된 품질과 기업아이덴티티를 확립하여야 세계화 시대에 살아 남을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환경중시경영이다.

환경오염은 생산과정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불가피한 비용이라는 인식을
타파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자연환경의 오염이 진행된다면 인간의 생존자체를
위협하게 되리라는 당위적인 위기의식이 아니더라도 고객들은 이미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민감해지고 소비패턴마저도 급속히 환경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자연의 보존과 환경보호를 전제로 하지 않는 기업활동은 설 기반을
잃게 된다.

자연환경 이외에도 기업시민으로서 기업을 둘러싼 사회환경 지역환경 국제
환경까지 고려한 경영을 하는 기업만이 궁극적인 승자가 될수 있을 것이다.

대내외 환경변화는 한국기업들에 심각한 위기가 되고 있으며 이는 경영
전반에 걸친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해법을 구하거나 미조정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산이다.

고통스럽고 비용이 드는 과거부정 자기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자기부정 자기혁신은 경영환경과 경영목표 그리고 경영자원을
바라보는 새로운 마음의 틀 즉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앞에서 언급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기업비전과 목표를 재점검하고
운영시스템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러한 통합적인 노력이 성공한다면 21세기는 한국기업이 세계적인 기업
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세기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