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고객혐오' 정치 .. 예종석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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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국민은 불안하다.
경제를 잘 모르는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도 우리 경제 발전의 상징인
대기업이 무너지고, 신용의 상징이던 은행의 부실화 소식에는 괜한 불안감에
가슴이 답답해온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러한 총체적인 위기상황에서도 이 사태를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고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부르짖으며 뒤로 물러서서 수수방관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원칙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야기된 모든 문제를 이제 와서
시장경제의 원칙에 그 처리를 맡긴다는 것이다.
오늘의 사태를 책임져야 할 결자가 이제 나는 모르겠으니 해지는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 와중에 경제 정책의 최고 책임자는 21세기 국가과제의 홍보를 위한 두
달간의 전국 순회강연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참으로 "대범한 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물론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분이 눈앞의 일에만 쫓겨서도 안되겠고 미래
지향적인 것을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이 시점에 그 일이 그렇게도
시급한 것인가 묻고 싶고 꼭 필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그런 정도의 사안은
재경원 홍보담당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출간된 어느 일본 상사 서울지점장의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정부만 잘하면 한국 경제는 문제없다" 시사하는 점이 많은 말이다.
이러한 정부를 독려하고 견제해야할 정치권의 작태는 더욱 한심하다.
이미 시작된 대선 레이스는 정치권을 정치에 관한한 개점휴업상태로
만들고 있다.
점점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대선 다툼은 국민을 걱정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걱정하게 만드는 정치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대선 주자들에게 국민은 국민으로 안보이고 표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최근의 비자금 공방은 그런 심증을 더욱 굳히게 한다.
이 시점에서 여야가 벌이는 비자금논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으며 국민들을
정치에 혐오케 하여 정치권 전체에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국민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국민을 우습게 알지 말라.
20여년전 프로레슬링이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시절 어느 유명선수가
프로레슬링계의 비리를 폭로했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 사건으로 레슬링팬들이 등을 돌려 지금은 그 선수는 물론 프로레슬링의
명맥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정치권은 그런 사태를 기대하는가.
국민 입장에서는 차라리 그렇게라도 돼서 판을 아예 새로 짰으면 하는
심정도 있다.
요즈음 우리 국민을 즐겁게 하는 것은 박찬호 선동열 선수와 월드컵축구
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페어 플레이 정신을 통해서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에게 다가서기 때문이리라.
이번 레이스의 희극적 요소는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라 슈퍼
모델을 뽑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는 사실이다.
갑작스럽게 도입된 TV토론은 후보들로 하여금 미소연습을 하게 만들고
화장에 신경을 써서 젊게 보이려 하고 의상을 배우처럼 차려입고 현란한
말솜씨로 유권자를 웃기려 애쓰게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뽑고 있는 지도자의 국가경영능력이 이 중요한 시기에
국운을 가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지금의 선출과정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선거가 슈퍼모델을 뽑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지금보다 더 나쁘랴 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뽑기보다 최악을 피하는 선거가
되어서도 결코 안될 것이다.
최근들어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 무드가 일고 있다.
기억하건대 그에게는 경제발전의 공도 있지만 민주화를 저해한 엄청난
과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일고 있는 이유는 우선 현
정부의 실정 때문이겠고, 둘째 국민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줄 아는 박정희
씨의 탁월한 리더십 때문이다.
그 정치적으로 황폐했던 시절에도 국민들은 수출 1백억달러 달성, 소득
1천달러 시대 따위의 구호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곤 했다.
지금 우리에겐 그런 비전이 없으며 그런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도 없다.
우리는 이제 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시대를 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 개방화 정보화 시대에 우리를 다시 한번 일어서게 할
지도자가 필요하다.
덩샤오핑은 중국개혁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1백년후 모두가 같이 잘사는
사회의 건설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여 우리를 한 덩어리로 묶어줄
지도자가 필요한 때이다.
WTO체제의 개막으로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하게 된 기업들은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저마다 고객만족경영체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고객만족정도로는 부족하다며 고객감동을 표방하는 기업도 있다.
고객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하여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하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정치는 고객만족은 고사하고 수십년째 반복하고 있는 단골
메뉴로 고객을 혐오케 하고 있다.
혐오감을 느낀 고객은 절망하고 분노하게 된다.
당신들의 고객을 분노케 하지 말라.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
경제를 잘 모르는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도 우리 경제 발전의 상징인
대기업이 무너지고, 신용의 상징이던 은행의 부실화 소식에는 괜한 불안감에
가슴이 답답해온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러한 총체적인 위기상황에서도 이 사태를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고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부르짖으며 뒤로 물러서서 수수방관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원칙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야기된 모든 문제를 이제 와서
시장경제의 원칙에 그 처리를 맡긴다는 것이다.
오늘의 사태를 책임져야 할 결자가 이제 나는 모르겠으니 해지는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 와중에 경제 정책의 최고 책임자는 21세기 국가과제의 홍보를 위한 두
달간의 전국 순회강연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참으로 "대범한 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물론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분이 눈앞의 일에만 쫓겨서도 안되겠고 미래
지향적인 것을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이 시점에 그 일이 그렇게도
시급한 것인가 묻고 싶고 꼭 필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그런 정도의 사안은
재경원 홍보담당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출간된 어느 일본 상사 서울지점장의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정부만 잘하면 한국 경제는 문제없다" 시사하는 점이 많은 말이다.
이러한 정부를 독려하고 견제해야할 정치권의 작태는 더욱 한심하다.
이미 시작된 대선 레이스는 정치권을 정치에 관한한 개점휴업상태로
만들고 있다.
점점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대선 다툼은 국민을 걱정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걱정하게 만드는 정치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대선 주자들에게 국민은 국민으로 안보이고 표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최근의 비자금 공방은 그런 심증을 더욱 굳히게 한다.
이 시점에서 여야가 벌이는 비자금논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으며 국민들을
정치에 혐오케 하여 정치권 전체에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국민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국민을 우습게 알지 말라.
20여년전 프로레슬링이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시절 어느 유명선수가
프로레슬링계의 비리를 폭로했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 사건으로 레슬링팬들이 등을 돌려 지금은 그 선수는 물론 프로레슬링의
명맥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정치권은 그런 사태를 기대하는가.
국민 입장에서는 차라리 그렇게라도 돼서 판을 아예 새로 짰으면 하는
심정도 있다.
요즈음 우리 국민을 즐겁게 하는 것은 박찬호 선동열 선수와 월드컵축구
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페어 플레이 정신을 통해서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에게 다가서기 때문이리라.
이번 레이스의 희극적 요소는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라 슈퍼
모델을 뽑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는 사실이다.
갑작스럽게 도입된 TV토론은 후보들로 하여금 미소연습을 하게 만들고
화장에 신경을 써서 젊게 보이려 하고 의상을 배우처럼 차려입고 현란한
말솜씨로 유권자를 웃기려 애쓰게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뽑고 있는 지도자의 국가경영능력이 이 중요한 시기에
국운을 가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지금의 선출과정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선거가 슈퍼모델을 뽑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지금보다 더 나쁘랴 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뽑기보다 최악을 피하는 선거가
되어서도 결코 안될 것이다.
최근들어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 무드가 일고 있다.
기억하건대 그에게는 경제발전의 공도 있지만 민주화를 저해한 엄청난
과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일고 있는 이유는 우선 현
정부의 실정 때문이겠고, 둘째 국민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줄 아는 박정희
씨의 탁월한 리더십 때문이다.
그 정치적으로 황폐했던 시절에도 국민들은 수출 1백억달러 달성, 소득
1천달러 시대 따위의 구호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곤 했다.
지금 우리에겐 그런 비전이 없으며 그런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도 없다.
우리는 이제 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시대를 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 개방화 정보화 시대에 우리를 다시 한번 일어서게 할
지도자가 필요하다.
덩샤오핑은 중국개혁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1백년후 모두가 같이 잘사는
사회의 건설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여 우리를 한 덩어리로 묶어줄
지도자가 필요한 때이다.
WTO체제의 개막으로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하게 된 기업들은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저마다 고객만족경영체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고객만족정도로는 부족하다며 고객감동을 표방하는 기업도 있다.
고객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하여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하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정치는 고객만족은 고사하고 수십년째 반복하고 있는 단골
메뉴로 고객을 혐오케 하고 있다.
혐오감을 느낀 고객은 절망하고 분노하게 된다.
당신들의 고객을 분노케 하지 말라.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