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3이란 숫자의 매력을 한층 높였다는 점.
3명을 묶은 각종 음반과 공연이 두드러지게 많아졌다.
"전설의 3테너" "3명의 위대한 베이스" "3명의 앨토" "3명의 카운트테너"
"한국의 대표적인 3명의 남자성악가"등.
"3"에 애착을 갖는 호사가들에게 불가리아의 신예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의 등장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을 듯.
지난해 "포트레이트"앨범이 격찬을 받으며 카사로바가 떠오르면서 음악계
일부에선 메조소프라노계가 3두체제에 들어섰으며 곧 "메조소프라노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다른 두 선발주자는 이탈리아의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미국의 제니퍼 모어.
이들중 바르톨리와 카사로바의 최고 기량을 감상할수 있는 최신앨범이
각각 나왔다.
중천에 떠있는 "세계성악계의 신데렐라" 바르톨리는 "이탈리아노래집"
(데카)에서 로시니 벨리니 도니제티의 가곡들을 부른다.
바르톨리는 오페라뿐만 아니라 가곡에서도 탁월한 해석을 보여준다.
첫곡 "Aragonese"에서 콜로라투라(악기의 복잡한 기교를 목소리에 도입한
창법)부분의 화려한 떨림은 신기에 가깝다.
바르톨리에게 쏟아지는 갖가지 찬사가 헛되지 않음을 알려주는 대목.
제임스 레바인 반주.
카사로바는 바르톨리와 동갑(66년)이나 훨씬 늦게 빛을 본 경우.
"모차르트 아리아집"(RCA)도 다른 메조보다 늦게 내놨다.
이 앨범엔 카사로바의 다소 어두우면서도 관능적인 음색의 카리스마가
가득하다.
레퍼토리도 인기곡보다 그녀의 강한 힘을 발휘할수 있는 아리아들로
짜여졌다.
백미는 첫곡인 "코지 판 투테"의 아리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 마음".
전주없이 "나를 내버려두라"라고 힘있게 시작해 두 선발주자 못지 않은
개성과 기교를 과시한다.
콜린 데이비스의 드레스덴국립관현악단 반주.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