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기아그룹이 궁지에 몰려 내놓은 화의신청에 대한 채권단이나 정부의 반응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아가 취할수 있는
최후의 선택에 주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인호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이나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의
화의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이 전해진뒤 "화의도 안되면 끝장"이라는 절망감
이 기아그룹에 팽배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송병남 경영기획단장이나 박제혁 기아자동차사장은 채권단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를 찾아다니며 화의의 불가피성을 호소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실무진은 협력업체사장들과 기아향방에 조그마한 영향이라도
미칠수 있는 관계자들을 만나 화의만이 기아자동차와 채권단, 협력업체를
모두 살릴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느라고 안감힘을 기울이고 있다.

어떻게하든 화의를 성립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설득만으로 화의를 이끌어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기아내부에서도 팽배하고 있다.

기아가 당초 제시한 화의조건(채무상환계획)을 일부 바꾼다고 해도 분위기
를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이에따라 화의동의를 얻어낼수 있는 기아측의 "결정적인 포기"가 불가피
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그룹밖에서는 물론 안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화의는 곤란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기아를 압박하고 있는 청와대
재정경제원 채권단 등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아가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에대해 기아경영진들은 할만한 일은 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원감축 부동산매각 채권단달래기 등 기아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이상으로 할수있는 일은 없다는게 현재까지의 기아측 공식입장이다.

채권단이 고집하고 있는 김선홍회장의 사표와 노조의 조건없는 인원감축
동의서는 "지금 낼때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기아측으로선 모든 수단을 다 동원,배수진을 친채 채권단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셈이다.

기아관계자는 "기아가 채권단의 요구대로 김회장의 사표를 낸뒤 한발 더
물러나면 정상화의 축이 무너져 모두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김회장의 사표를 받아놓고 신규로 자금을 지원, 기아자동차를
살리기보다는 축대없는 기아를 본격적으로 정리하는 수순으로 나아가는게
아니냐고 이 관계자는 우려했다.

기아는 이같은 직원들의 우려와는 아랑곳없이 화의거부 가능성이라는
막다른 상황에 몰렸다.

지난 7월15일 부도유예협약 적용이후 2개월이 넘도록 원점을 맴돌고 있는
기아해법.

채권단및 정부와 기아간의 정면대치속에 기아는 마지막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 고광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