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기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잭 스미스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그는 요즘 두가지 고민에 빠져있다.

하나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노조파업을 어떻게 잠재우느냐 하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현재 추진중인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을 어떻게하면 성공적
으로 마무리짓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 디트로이트를 향한 세계 자동차업계의 관심사는 "과연 잭 스미스
회장이 이같은 고민을 풀 수 있을까"에 모아져 있다.

"GM이 흔들리면 세계가 흔들린다"는 말처럼 GM의 향방에 따라 세계경제가
받게될 영향은 결코 적지않기 때문이다.

사실 스미스 회장에게는 이번이 지난 92년 취임후 두번째 맞는 시험대이기
도 하다.

스미스회장의 첫번째 시험대는 92년 4월 사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GM은 덩치만큼이나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었다.

90년 이후 계속된 적자행진은 92년 한해만도 2백35억달러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GM의 조타수를 맡은 스미스 회장에게는 적자투성이인 공룡
기업을 회생시켜야 하는 과제가 안겨졌다.

그가 맨처음 손댄 부분은 회사내부에 만연돼 있던 관료주의.

1년여에 걸쳐 최고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하는 한편 적자부문 사업정리와
인원삭감 등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GM은 이듬해부터 눈에 띄게 달라졌다.

우선 경영성과가 흑자로 반전됐다.

여기에다 매년 10여개종의 신차를 쏟아냈다.

그래도 시장에서 소화하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스미스 회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공개석상에서도 그는 좀처럼 말이 없다.

말주변도 부족하다는 평이다.

지난 3월 디트로이트를 방문한 한국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쏟아지는
질문에 1분이상 답변을 끌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우유부단한 것은 아니다.

한번 결정한 일은 주위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무섭게 밀어붙이는 스타일
이다.

그는 특히 경쟁사일지라도 장점을 갖고 있으면 주저않고 받아들이는
합리적인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두고 경제주간전문지 포천은 "오늘의 GM을 일궈낸 것도 자만하지
않는 그의 경영철학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GM이 도요타에 뺏긴 1위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도요타를 얼마나 철저히
연구했는가 하는 점은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스미스 회장은 이제 또다른 시험대에 서있다.

앞서말한 노조문제와 21세기를 대비한 구조조정이 그것이다.

특히 매년 겪고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갈등은 GM의 앞날을 가로
막고 있는 최대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올 상반기만도 미국내 공장의 잇단 파업으로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생산
차질을 빚기도 했다.

기업구조를 합리적인 글로벌 경영체제로 탈바꿈시키려는 계획도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관료주의의 습성을 많이 탈피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공룡"의
습성이 곳곳에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에대해 스미스 회장이 제시하는 처방은 간단하다.

"살아남기 위해선 보다 작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피치를 올리고 있는 해외사업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다보니 정작 중요한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에서의 점유율도 신통치가 않다.

80년대 50%에 달했던 GM의 미국시장내 점유율이 30%대로 뚝 떨어져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스미스 회장은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향후 10년내에 해외생산량
을 5백만대로 늘려 확고부동한 왕자위치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변신은 GM의 최대 강점이다.

앞으로 GM이 어떻게 변신하는지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 정종태 기자 >

[ 약력 ]

<>38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출생
<>60년 매사추세츠대 졸업(경영학)
<>61년 GM산하 피셔바디공장 입사
<>82년 GM국제생산계획국 국장
<>84년 GM부사장겸 캐나다지사장
<>86년 GM유럽총괄 수석부사장
<>92년 CEO겸 사장으로 취임
<>96년 CEO겸 회장으로 선임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