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는 지난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연말 대선은
상대방 흠집내기 양태에서 벗어나 정책대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국당은 그러나 당일 오후 내놓은 귀향활동 지침서인 소책자에서는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깍아내리기"를 시도했다.

소책자는 "DJ의 나이는 만73살이므로 5년뒤에는 80 고령인데 21세기를
개척하는 일을 밤낮없이 정력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고 묻고 있다.

또 <>해방 이후의 좌익활동 <>한국전쟁 때 보도연맹과 관련해 A급 총살
대상자로 분류된 적이 있는지 해명하라며 DJ의 아킬레스 건인 "색깔"을
기정 사실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회의도 귀향활동 자료를 통해 "이회창씨는 피해 당사자도 아니면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다 자충수를 초래했다"고 공격하고
있다.

사면문제를 먼저 꺼낸 것은 김대중 총재인데도 "남이 하니 배가 아프다"는
식이다.

자민련도 9월호 당보에 시중에 나도는 이회창 대표 관련 각종 설을
총망라해 나열했다.

"일제때 이회창씨 가족은 일본말을 상용어로 사용했고 부친이 일본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이 있다는데 공개하라" "이회창씨는 특권층 비리의 표상"
이라는 등의 원색적인 용어를 구사했다.

신한국당은 11일 "유언비어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자민련은 이 해명자료가 상당부분 거짓이라며 되받아칠 계획이라고 한다.

심각한 경제난과 국정 난맥상을 극복하고 재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이 부치는 게 여야 정당들이다.

그럼에도 21세기를 열 대통령을 선출하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시중의 설이나 의혹을 총동원, 저질적인 인신공격에
열중하느라 정신이 없다.

각 당에는 아예 상대방 공격을 위한 자료 수집에서부터 언론이나 증권가
등에 흘리는 전담인원까지 두고 있다.

우리 정치가 언제 구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염려될 따름이다.

박정호 < 정치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