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화의 영향으로 잉태된 대표적 미술장르인 비디오아트의 생성
발전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독일 비디오조각전"이 13일~10월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580-1234)에서 열린다.

지난 63년 독일 부퍼탈의 갤러리 파르나스에서는 세계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기념비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동방의 작은나라 한국에서 건너온 백남준이 카메라와 모니터 폐쇄회로
등을 활용한 "음악-전자TV전"을 열면서 최초로 선보인 비디오아트는
그때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것이었다.

비디오아트는 이후 급속한 발전과정을 거쳐 산업화시대의 대표적 장르로
떠올랐고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작가들의 창작욕을 채워주는 중요한 매체로
자리잡았다.

이번 전시회는 20세기 기계문명에 뿌리를 둔 많은 미술장르중에서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입체적 표현기법으로 현대인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비디오아트 30년 역사를 작가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기획전.

칸딘스키전에 이어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20세기 현대미술조명전"의
두번째 전시회인 이번 "독일 비디오조각전"은 특히 비디오아트중 조각적인
면을 강조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꾸몄다.

선보일 작품은 백남준과 독일 출신작가 16명이 출품한 비디오조각 및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18점, 과슈 판화 사진 복사 등 종이작품 42점 등 모두
60점.

비디오예술의 제1세대로 일컬어지는 백남준(65)과 독일의 동갑내기
작가인 볼프 보스텔이 보여줄 작품은 "부처 신 악마 기적" "미소짓는
부처"와 "네 머리속의 태양, 내성적 우울" "TV-횡단보도" 등.

해프닝의 선구자이자 백씨와 비슷한 시기에 비디오아트를 시작한
보스텔은 TV를 이용한 해프닝작업을 펼치면서 고정된 인습에 대항해왔다.

2세대로 분류되는 작가는 클라우스 뵘러, 볼프 칼렌, 마르셀 오덴바흐,
라이너 루텐벡, 제프리 쇼 등.

정보화시대를 풍자한 뵘러, 불교적 세계관과 비디오아트를 결합해
독특한 사유의 세계를 펼쳐보인 칼렌의 작품을 비롯, 독일의 인종차별
주의와 외국인 적대주의를 꼬집은 오덴바흐의 89년작 "새는 먹이를 쪼거나
죽는다" 등이 출품됐다.

이어 제3세대작가인 잉고 귄터, 장 프랑소아 귀통, 디터 키슬링과 최근
설립된 쾰른 미디어미술학교에서 비디오아트를 전공한 4세대 안나 안더스,
비르깃 브렌너의 작품이 전시된다.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파괴행위에 대항하는 메시지를 담은
귀통의 "단두대"와 생명을 주제로 여성인 자신의 신체를 비디오에 담아낸
안더스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