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가 광주권의 미래를 짊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지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첨단단지내 교육.연구용지의 일부를 주거용지로 바꾼다는 토지공사의
방침 때문이다.

21세기 광주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켜줄 것으로 기대된 광주첨단과학
산업단지가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전개돼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첨단단지의
조성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해보고 앞으로의 대책을 검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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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9년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시작된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 개발사업은
1단계로 지난 95년까지 6천6백11억원을 투입, 2백98만평을 먼저 개발하고
이후 7년동안 나머지 2백88만평을 조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오는 12월 준공을 앞두고 단지의 핵심인 연구용지의 일부가
미분양을 이유로 주거용지로 전환이 추진되면서 첨단산업단지가 제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될 2단계 계획지구내 연구용지도 용도변경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토공은 지역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구용지 가운데 일부를
주거용지로 전환을 추진하게 된 것은 어쩔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의 높은 분양가로는 절대 연구단지의 분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첨단단지내 교육.연구용지의 평당 분양가는 현재 67만원으로 올 연말에는
68만원을 약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가격은 대덕연구단지의 24만원, 오창산업단지의 33만2천원,
전주첨단과학산업단지의 26만4천원과 비교해 2-3배가량이 높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연구단지의 분양이 이루어지겠냐는 것이 토공의
입장이다.

이에따라 토공은 첨단단지 1단계 사업지구내 연구소부지 26만평중
16만평을 떼내 주거용지로 전환, 건설업체에 매각해 여기서 나오는
용지대금으로 연구소부지의 분양가를 현재의 67만평에서 40만원대로
낮춰 분양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광주시도 토공의 이같은 입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연구단지의 분양가를 낮춰 연구소 유치를 하겠다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는 교육.연구단지의 분양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진입도로건설,
하수종말처리장과 IC건설 등 기반시설공사에 국고보조가 이루어져야 하나
그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차례 정부에 국고보조를 해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계속 거절을
해왔는데 갑자기 국고를 보조해줄리 없다는 것이다.

실제 첨단단지 1단계 사업지구내 핵심기능을 담당할 연구용지 26만평과
교육용지 30만7천평 등 56만7천평 가운데 연구용지는 지금까지 단 한평도
분양되지 않았으며 교육용지만 13만평이 분양됐을 뿐이다.

이에비해 주거용지 30만5천평은 이미 1백% 분양이 완료돼 8천세대
3만여명의 주민들이 입주해있는 실정이다.

주거용지로 전환할 경우 충분히 매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토공은 또 용도변경을 추진하게된 또다른 이유를 들고 있다.

즉 광주첨단단지의 경우 연구용지가 전체 토지이용계획상 과다책정됐다는
것이다.

전주첨단의 경우 10%만이 연구단지로 책정됐고 오창단지도 23%에
불과한데 광주첨단은 전체의 34%가 연구용지로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토공은 16만평을 주거용지로 전환하더라도 연구용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3%로 오창단지와 같기때문에 첨단단지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토공과 시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역여론은 쉽게 수긍하고 있지
않고 있다.

첨단단지가 광주권 미래산업구조와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대의 한 교수는 "첨단단지는 당초 과학기술처가 구상, 산.학.연.주의
복합 테크노폴리스로 개발키로 방향이 잡혔으나 건설교통부와 토지공사를
거쳐 그 본질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광주를 과학기술도시로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첨단단지가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으로 단순한 공업용지로 전락했다는 말이다.

토공의 의도대로 주거용지로 전환되면 1단계 조성면적 2백88만평 가운데
하천부지 1백만평과 유보용지 40만평을 제외한 실산업단지 1백40만평의
33%가 아파트촌으로 변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광주과학기술원에서 배출되는 인재를 첨단단지로
붙들어매 벤처형 산업단지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연구소 용지를
주거용지로 전환하는 단순한 발상은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광주시의 무성의한 대응도 비판받고 있다.

시는 첨단단지내에 연구소와 기업체 유치를 위해 지난해 한차례 국장급
이상 간부들을 동원, 기업유치활동을 펼친 이후 별다른 실적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첨단단지에 대해 분양지원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고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시민들은 시가 국가공단이라는 이유로 연구소와 기업체유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팔리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용도전환에 동의한다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이라는 비판이다.

첨단과학산업단지의 요람으로 광주권의 희망으로 자리잡을 것이냐 아니면
첨단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아파트단지로 전락할 것인가라는 두가지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것이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의 현주소다.

< 광주 = 최수용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